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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조한범 "김정은 총비서 추대, 홀로서기 실패에 아버지 시대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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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당대회 결과 분석
"김정은 직함·의상·군 강조 모두 과거로 회귀"
"김여정, 주석단 진출… 위상 오히려 높아져"
한국일보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를 7일째 이어가는 가운데 11일 군사, 공업, 농업 등 부문별 협의회를 진행했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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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 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총비서로 추대된 것과 관련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게 아니고 새롭게 변화를 모색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과거로, 아버지·할아버지 시대로 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당 부장 인사에선 배제됐지만, 당 집행부 명단 순번을 높인 것으로 볼 때 위상은 오히려 올라갔다고 해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1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바람과는 달리 변화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상황을 무겁게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주의에서 공산당·노동당은 비서라는 직함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당 직함은 총서기, 총비서라고 부른다"며 "김정은 위원장 선대에는 북한도 총비서를 사용했는데, (김정은 체제 들어서면서 총비서가 아닌) 위원장으로 바꿨다. 이걸 다시 (과거 총비서를 사용했던 시기로) 되돌려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잇따른 변화 실패에 위기감 느낀 김정은"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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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변화보다 과거로 회귀를 선택한 건 그의 의상에서도 드러났다고 조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거꾸로 2016년 7차 당대회 때 김정은 위원장은 양복을 입었고, 일반적인 사회주의 국가에는 없는 정무국을 신설해 자신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새롭게 출발했다"면서 "그런데 이게 5년 동안 실패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양복 대신 전통적인 사회주의 인민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의상만 봐도) 아버지·할아버지 시대로 돌아간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홀로서기에 성공한 게 아니고 새롭게 변화를 모색했던 김 위원장이 과거로 회귀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과거로 돌아간 건 잇따른 실패에 위기감을 느낀 행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파격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4·27 판문점회담, 6·12 싱가포르 회담 등 거침없이 행보했다"며 "그런데 사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외의 실패 이후 좌절을 겪었다. 본인이 야심 차게 변화를 선택했는데 손에 쥔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위기에 처한 김 위원장이 변화보다 과거의 관성을 선택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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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위원은 북한의 과거 회귀가 김 위원장의 직함과 의상뿐 아니라 국방을 강조하고 열병식을 강행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 대회는 당이 중심이라 군을 내세우지 않는데, 김 위원장은 아주 긴 시간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며 "내세울 게 없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를 못 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4·27 회담 전에는 경제건설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다시 국방력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경제에서 성과를 못내 위기에 처한 김 위원장이 군 성과를 내세우며 자신의 업적을 부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북관계 대화 재개 여지 커져, 정상회담 가능성도"

한국일보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주석단 사진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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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위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빠지고 당 부장도 맡지 못한 점에 대해선 "일단 문책성 인사가 있었다. 대미관계를 책임진 최선희 외무성 부장도 강등됐고, 대미·대남 총책인 김여정 역시 성과를 못내 문책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의 위상은 높아졌다"며 "최초로 당 집행부 39명 중 스무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김 위원장 바로 뒷줄, 이번에 초고속 승진을 한 조용원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며 "문책은 받았지만 이미 권위는 주석단까지 진출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김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거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김 부부장이 지난해 6월 대적관계라고 얘기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번에 3년 전 봄날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며 "여지는 크게 남겨둔 것으로, 추가적인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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