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사건에 이례적…내일 첫 공판
공판중심형 수사시스템 기조 반영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 더 높아져
입양한 양부모 학대로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 첫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담장 앞에 근조화환이 놓이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보낸 것으로 양모에게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고 정인이를 추모하는 취지가 담겼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15일 오후 1시까지 서울남부지검 담장에 근조화환 70개와 바람개비 50개를 설치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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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유병돈 기자] 검찰이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에 수사팀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직접 민생 사건 공판을 담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를 강조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최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13일 시작되는 정인이 학대 사건 공판의 공소 유지를 수사팀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 수사팀은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다. 수사팀은 지난달 입양한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양부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통상 형사사건은 기소 단계까지 책임지는 수사 검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 검사로 역할이 나뉜다.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직접 공판을 담당하기도 한다. 다만 정인이 사건과 같은 민생 사건에 수사 검사가 공소 유지에 나서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국정농단’, ‘조국 일가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이 대부분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을 검찰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소장 변경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판 검사가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는 것보다는 사건 내용을 꿰고 있는 수사팀이 요청하는 게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용이하다"고 했다. 수사팀은 그동안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복수의 부검의에게 정인이의 부검 재감정을 의뢰했다.
최근에는 재감정을 의뢰한 법의학자로부터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절대적인데, 그러한 선제 조건이 충족된 셈이다.
정인이 사건 재판에 어느 검사가 참여할 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수사팀은 이정우 부장검사와 김정화 검사 등 5명으로 이뤄져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부장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부장검사는 법정에 나오지 않더라도 공판 전략을 짜고 의견서를 검토하는 등 공판팀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소 유지 전략은 대검찰청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에서 공소 유지를 수사팀에 맡겼는지, 아니면 수사팀이 요청한 사안인지 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강조해온 공판중심형 수사구조 개편 기조가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해 11월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에서도 "검찰 업무에서 재판이 가장 중요하다"며 "수사도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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