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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김창열 물방울…다시 우리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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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2003년작 `물방울 SA03014-03`(72.7×116.8cm). [사진 제공 = 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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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타계한 김창열 화백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나무 아래 잠들었지만, 그가 그린 물방울은 캔버스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케이옥션이 오는 20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그의 물방울 회화 4점이 출품된다. 그 중 최고가는 2003년작 '물방울 SA03014-03'(세로 72.7×가로 116.8cm)로 시작가 5500만원에 나왔다. 한자의 획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형상이 캔버스에 스며든 흔적과 영롱한 물방울이 화면을 공유하면서 시간의 흐름, 생성과 소멸을 표현하는 듯한 작품이다. 1983년작 '물방울 SH84002'(72.7×60.6cm)은 시작가 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마포에 무수한 물방울이 투명하고 균일하게 맺힌 작품으로 구성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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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1989년작 `Work`(130.3×193.9cm). [사진 제공 = 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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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은 이번 경매에 김창열 작품을 포함해 추상화 양대 산맥인 김환기와 유영국 작품 등 92억원 규모 미술품 130점을 출품한다. 경매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1973년 회화 '22-X-73 #325'(182×132cm)로 추정가는 30억~50억원이다. 뉴욕에 머물던 시기에 완성한 작품으로 죽음을 1년 앞두고 삶을 관조하는 자세가 녹아 있다. 건강이 점차 악화되면서 평생 주조색이었던 청색을 회색조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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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1973년 회화 22-X-73 #325(182×132cm). [사진제공=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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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일출을 담은 유영국의 1989년 추상화 'Work'(130.3×193.9cm)은 추정가 7억~15억원에 나와 작가 최고가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2019년 5월 7억7000만원에 낙찰된 1960년 '작품'이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유영국 회화다. 이번에 출품된 'Work'은 빨강·초록·주황색 삼각형으로 단순화된 산 뒤에 떠오르는 둥근 태양으로 일출 장면을 압축한 추상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한 시기를 겪으면서도 밝고 아름다운 색채를 만든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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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1983년작 물방울 SH84002(72.7×60.6cm). [사진제공=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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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하는 국민화가 박수근과 추상화가 정상화 작품도 나온다. 박수근의 1964년 그림 '두 나무와 두 여인'(13×22.5cm) 추정가는 3억~5억5000만원이다. 두 그루 거목 옆에 짐을 이고 가는 두 여인을 작가 특유의 화강암 질감으로 표현했다. 고단한 삶을 위로하듯 서정적으로 표현한게 특징이다.

박수근 작품으로는 드물게 크레용으로 종이 위에 그린 1956년작 '나무'(37.5×26cm)는 추정가 9000만~1억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은은한 초록색으로 언덕 위 나무의 생명력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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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탑상고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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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의 2014년 백색 추상화 '무제 014-9-2'(33.4×45.5cm)는 2200만~5500만원에 출품된다. 1970년대부터 색채를 절제하고 단색 평면 회화 '무제' 연작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규칙적인 네모꼴로 화면을 구성한다. 캔버스 위에 고령토를 얇게 칠하고 마르면 가로세로를 접어 네모꼴 고령토를 뜯어내고 다시 아크릴 물감으로 채우는 과정을 반복한 작품이다. 작가는 "내 작업의 지향점은 캔버스의 모든 것은 채워져서 비워지는 것이다"며 비움의 미학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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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두들 프린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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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작품으로는 미국 작가 조나스 우드가 스피커 주변 화분을 경쾌하게 그린 석판화 'Speaker Still Life(99.5×75cm)'가 1600만~4000만원에 나왔다. 영국 작가 미스터 두들이 웃음이 배시시 날 정도로 귀여운 캐릭터를 담은 프린트 작품 '옐로우 플라워', '블루 로봇', '오렌지 피쉬', '핑크 버드' 세트는 1600만~4000만원에 출품된다.

고미술에서는 말년의 단원 김홍도가 비단에 그린 수묵담채화 '탑상고사도(26×19.5cm)'가 추정가 7000만~1억5000만원에 나왔다. 평상 위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노인과 연꽃 위에 앉아 설법을 하는 듯한 승려의 모습을 묘사했다. 추사 김정희가 당나라 왕유 시 '망천이십경(輞川二十景)' 중 '신이오(辛夷塢)'를 쓴 서예 작품(22×29.5cm)은 추정가 1300만~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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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무제 0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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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출품작은 20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경매 참여가 가능하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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