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작
정통 계승하되 답습 않은 '현대감각' 들여
돌가루채색 '지본암채'로 '산동양식' 구축
고대벽화처럼 둔중한 무게, 깊은 여운 내
오태학 ‘바닷가’(사진=갤러리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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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산동 오태학(83). 이당 김은호, 운보 김기창으로 이어지는 정통 한국화의 계승자다. 그럼에도 답습은 하진 않았다. 현대적인 감각과 기법, 양식을 끌어들이며 한국미술사를 다시 썼다. 대표적인 것이 돌가루채색(석채), ‘지본암채’다.
1980년대부터였단다. 화선지를 여러 겹 발라 장지처럼 두껍게 배지를 만들고 원색의 암채분말을 뿌린 뒤, 송곳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예리하게 선획을 그어내는데. 고대벽화처럼 둔중한 무게와 여운을 심는 이른바 ‘산동양식’을 실험하고 구축한 거다.
그이의 화업에 분기점이 생긴 건 199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에 마비가 왔다. 작업은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니 어쩌랴. 왼손으로 그릴 수밖에. “분노를 삭이니 왼손이 보이더라” 했다. ‘바닷가’(2007)는 고통과 노력으로 이룬 왼손의 예술혼을 녹여낸 그 한 점. 바지저고리 차림의 청년이 오도카니 앉아 있다. 푸른배경이라 물이려니 한다. 입 벌리고 널브러진 물고기들이 있어 바닷가려니 한다. 한없이 견고하고 더할 나위 없이 깊다.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고찬규·김선두·김진관·서정태·이길우와 여는 기획전 ‘사제동행’에서 볼 수 있다. 중앙대 한국화과 사제지간인 스승 오태학, 그의 가르침을 이어 단단한 중견작가가 된 제자 5인이 한데 모였다. 지본암채. 162×130㎝.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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