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 제공 = 카카오] |
카카오가 13일 증오발언 근절을 위한 원칙을 발표했다. 국내기업이 혐오나 증오 발언 근절 원칙을 마련해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 산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한 뒤 나온 첫 행보다. 최근 챗봇 인공지능(AI)인 '이루다' 서비스가 출시 한달도 되기 전 혐오 발언·성희롱 등으로 서비스 중단된 상황에서 카카오가 가장 먼저 대책 수립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공식 브런치를 통해 발표한 원칙은 차별과 이에 기반한 증오발언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첫째, 카카오는 출신(국가, 지역 등), 인종, 외양 장애 및 질병 유무, 사회 경제적 상황 및 지위, 종교, 연령,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또는 기타 정체성 요인을 이유로 특정 대상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며 일방적으로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에 반대하기로 했다. 둘째, 카카오는 이러한 차별에 기반해 특정인과 특정집단을 공격하는 발언을 증오발언으로 정의하고, 강경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셋째, 이용자는 카카오 서비스 내 공개된 공간에서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발언에 유의해야 한다고 카카오는 권고했다. 다만, 타인의 존엄성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여전히 공공정책이나 자신의 신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넷째, 카카오는 증오발언 근절을 위해 정책, 기술, 서비스 기획 및 디자인을 고도하하고, 사내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해 내부로부터 차별과 증오발언을 경계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년 동안 이 원칙을 수립하기 위해 자사 미디어자문위, 국가인권위, 한국언론법학회, 시민 전문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 출시 10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선진 경영 문화 등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사내 영상 메시지에서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에 더 근접할 수 있다"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더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카카오는 이 원칙에 기반해 운영정책 내 서비스 이용 시 금지하는 활동의 조항을 수정했다. 이번 원칙은 댓글 등에 적용되며 카카오톡 대화 등 사적 내용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증오발언 근절이라는 목표를 달성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건강한 디지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이용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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