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혐의가 도출된 국정농단 사건은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알려지며 본격적으로 불거진 사안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관계를 시사하는 태블릿PC 내용이 보도되면서 촛불은 들불처럼 번졌고 대통령은 탄핵당했으며 2017년 3월 구속된 뒤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 2심 등 재판부는 미르 재단 등과 관련해 대기업에 출연금을 내게 하거나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따져 장기 징역형과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이날 대법원은 파기환송심 판결대로 형을 확정한 것이다. 다른 하나인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국정원 특활비를 현금으로 받았다는 게 요지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앞서 파기환송하면서 국고손실죄를 인정하고 징역형과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했다. 동시에 이병호 전 원장에게 받은 2억 원은 뇌물로 인정하고 추징하라는 취지를 밝혔다. 이번 재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그 판단을 유지해 결국 같은 형량을 결정했다. 원래 이들 두 사건은 따로 재판을 진행했으나 2019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후 합쳐졌고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대로 선고했으므로 이날의 원심 유지는 일찌감치 예상됐던 터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비선 실세와의 국정농단, 대가가 따르는 뇌물과 상납 따위에서 보듯 범죄의 질이 좋지 않다. 사법부의 엄정한 단죄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라는 경계의 뜻도 품었다고 보는 게 옳겠다.
박 전 대통령의 형 확정은 그가 특별사면 대상이 될 법적 요건을 갖췄다는 차원에서도 조명된다.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0월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천여만 원의 중형이 확정돼 요건을 갖췄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새해를 통합의 해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제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은 통합이라는 낱말 사용을 삼가고 민주당은 당사자 반성과 국민 눈높이를 전제하며 문제를 덮어 두는 모습이지만, 언제건 다시 이슈가 떠오를 것 같은 낌새는 여전하다. 꼭 통합 명분이 아니어도 고령의 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는 게 사면이어서다. 고희를 바라보는 68세의 박 전 대통령이나 내년 팔순을 맞는 이 전 대통령이 팔순, 구순 넘어서까지 교도소에서 형기를 온전히 마치리라 상상하는 건 쉽지 않다. 당장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밝힐 입장은 그래서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면이 국민통합에 기여할 거라는 응답은 38.8%였으나 기여하지 못할 거라는 응답은 56.1%였다고 한다. 누구라도 긍정하는 국민통합의 대의를 생각한다면 민의를 살피되 법치의 무게와 단행 시기의 적절성 등 고려할 것들이 많기도 많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