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최근 모 은행 부산 한 영업점에서 여신담당 직원 A씨의 횡령이 발각돼 논란이 일었다. 그가 꿀꺽한 돈은 약 30억원. 은행은 자체 감사를 진행하다 이 사실을 알아챘다. 그 결과 A씨는 고객의 대출 상환일자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한 돈으로는 주식투자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65년만에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리는 등 최근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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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이 고객 예금이나 시재금(은행이 지급 준비를 위해 보관하는 현금) 등을 가로채는 횡령 사고는 애석하게도 매년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4년6개월 동안 국내은행 20곳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만 총 186건(금액 4884억원)이다. 이중 은행원의 횡령·유용 건수만 90건(금액 242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6년 연속) 사고금액은 사기가 최대고 사고건수는 횡령·유용이 최다"라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최근 5년간 매년 40여건씩 발생했다.
횡령 이유와 수법은 각양각색이다. 가상화폐에 투자할 목적으로 은행 자금 총 1억8500만원을 빼돌리거나, 시재금 460만원을 부당 반출하기도 했다. 시재금 1400만원을 빼돌려 카드결제 대금, 생활비 등에 사용하다 덜미를 잡힌 경우도 있다. 가상화폐 투자나 생활비에 쓰려고 고객 예금을 중도하는 등 방법으로 총 24억500만원을(10차례), 입출금 예금을 인출하거나 투자상품 신규거래를 취소하고 적은 금액으로 재가입하는 등 방법으로 총 13억600만원(8차례)을 횡령한 직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 "개인 일탈…사각지대 사실상 못막아"
믿고 내 돈을 내어준 은행에서 횡령 사고라니…. '내 돈에는 문제 없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고객의 마음만 철컥 내려앉는다. 그 때마다 은행들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 긋고 설사 고객 피해가 발생해도 은행이 보상한다며 우려를 가라앉히는 모습이다. 추가 횡령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금융회사들과 내부감사협의제를 운영하면서 이들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검사를 강화하도록 지속 유도해왔다.
현재 은행들은 횡령 사고 방지를 위해 수시로 감사를 벌이고 결재 단계를 세분화하는 등 방식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각 영업점별로 전담 감사역을 두고 있고 거액을 입출금 할 때에는 책임자로부터 결재를 받거나 복수 결재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본인 금융거래에 제한을 두기도 했고요."(한 은행 관계자) 사후에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해왔다는 전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금 10~20만원을 챙기는 사례들도 꽤 있었다"며 "그 때보다는 그래도 횟수가 많이 줄기는 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은행에서 횡령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개인의 일탈을 100% 막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횡령시 처벌 수준도 대체로 '파면'으로 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제도를 강화한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걸 뚫겠다고 작정한 사람을 막기도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업무를 하다 욕심이나 금전적인 위기로 횡령이 벌어지는 것 같다. 제도에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은행원으로서의 마음가짐, 행동가짐에 대해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금융사고 최다 업권은 ]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사고는 중소서민 업권에서 346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은행 217건, 보험 183건, 금융투자 55건, 신용정보 42건 순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은행이 8291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3722억원), 중소서민(3309억원), 금융투자(2703억원), 신용정보(8억5000만원)이 뒤따랐다.
mil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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