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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단독] “재취업한 5060세대의 23%, 한달 175만원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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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방문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에서 퇴직한 후 새 일자리를 얻은 50∼60대의 23%는 월 175만원을 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이 적을수록, 전 직장이 단순노무직·서비스판매직일수록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월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 직장·재산 수준과 비례하는 재취업 일자리 임금

16일 계간지 ‘지방행정연구’ 최신호에 게재된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자의 최저임금 사각지대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서울시 재취업 전일제 고령자(50∼69세)의 22.8%는 최저임금(월 174만5000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20년 발표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 16.5%보다 높은 것이다. 인구 수로 따지만 4만9000명 정도다.

지은정 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는 2019년 서울시 50+세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전일제로 재취업한 고령자의 임금 수준을 이전 일자리, 재산 수준, 직종, 학력, 성별 등에 따라 회귀분석했다.

분석 결과 소득이나 재산이 낮을수록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을 확률은 높아졌다. 본인 근로소득 외 가구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고령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17.6%인 반면 3000만원 미만은 38.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자산이 5억원 미만인 고령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30.8%로 5억원 이상(13.3%)보다 2.3배 높았다.

재취업 이전 직장에서도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았던 고령자는 26.8%였는데 이들 중 33%는 퇴직 후에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생애 주된 일자리 직종이 사무직인 재취업자가 새 일자리에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은 19.7%였다. 반면 서비스판매직은 30.2%, 단순노무직은 36.1%로 치솟았다. 지 박사는 생애 주된 일자리 직종이 전문·관리직이었다면 단순노무직에 비해 최저임금 미만 일자리에서 종사할 확률이 21.8%로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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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취업급여 검토해야”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재취업 고령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11.7%인 반면 고졸은 27.2%, 중학교 이하는 38.3%로 나타났다. 남녀별 격차도 컸다. 퇴직 후 전일제로 재취업한 고령자는 남성이 53.7%로 여성(46.1%)보다 많지만 최저임금 미만 고령자 비율은 여성이 34.9%로 남성(12.4%)보다 3배가량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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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박사는 “최저임금을 받아도 근로자들이 안정적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데, 전일제 재취업 고령자의 4분의 1가량은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고령자는 완전퇴직을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을 보유하지 못해 노동시장을 떠날 수 없고, 떠날 의사도 없어서 ‘일하는 퇴직’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특히 가구경제력이 낮은 고령자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 박사는 재산 없이 임금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을 뿐더러 빈곤으로 추락하기 쉬우므로 당국이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더라도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급여를 신설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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