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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영국·남아공·브라질·미국발...빨라지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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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미국. 그 다음은 어디일까.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도 벅찬 상황에서 브라질과 미국발 변이까지 연달아 등장한 것이다. 특히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비교적 최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변이는 전파력이 높은 영국발 변이의 특성과 백신 회피력을 갖춘 남아공발 변이의 특성을 모두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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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BBC 등에 따르면, 이들 변이는 모두 인간의 세포로 침투하는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바이러스의 변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 1년 동안 수천번 넘게 변이를 해왔다. 대부분의 변이는 바이러스의 성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우연한 사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변이를 거듭할수록 바이러스는 운 좋게도 때로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이를 일으키는데 성공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들이 바로 영국·남아공·브라질·미국에서 발견된 변이들이다. 이러한 변이는 일단 발생하면 다윈이 말한 ‘자연 선택’의 원리에 의해 빠르게 개체수가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501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으로 바뀐, 일명 ‘N501Y’ 변이가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의 세포와 더 잘 결합하도록 도와 바이러스 전파력을 최대 70% 가까이 상승시킨다. 실제 영국발 변이는 불과 3개월 만에 영국 내에서 우세종의 지위를 차지한데 이어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영국발 변이보다 더 크게 우려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발견된 남아공발 변이다. ‘N501Y’ 변이는 물론 항체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 ‘E484K’ 변이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E484K 변이가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지만,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변이가 거듭될수록 바이러스도 진화한다는 것이다. 영국발 변이와 남아공발 변이의 특성을 한꺼번에 갖춘 브라질발 변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6일 브라질 아마존 지역을 방문하고 일본으로 입국한 4명의 여행객에서 처음 확인됐다. 변이를 조사한 브라질 과학연구기관인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은 “매우 최근인 지난해 12월 이후 아마존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브라질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모두 12가지 변이가 관찰되며, 특히 항체 회피 능력을 가진 ‘E484K’ 변이 등 남아공 변이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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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추이. 영국에서 첫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난해 9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월드오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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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에서도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변이 바이러스 2종이 발견됐다. 이 중 하나인 일명 ‘콜롬버스 변이’는 이전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목격된 적 없는 3개의 다른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미 오하이오의 주도인 콜럼버스에서 지난달 말부터 3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이들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치명률이나 중증도를 높일 수 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갑자기 빨라진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는다. 월드오미터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3000만명을 돌파하는데 9개월이 걸렸지만, 영국발 변이가 첫 발견된 지난 9월 이후 넉달도 채 안 돼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000여만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변이는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자 숫자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공중보건학 교수인 데비 스리다르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하고 진화하기 가장 좋은 놀이터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나라들”이라고 CNBC에 말했다.

각국 정부들은 확산세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포르투갈·덴마크·네덜란드·스위스 등은 물론 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도 다시 봉쇄 조치에 돌입하거나 기존 봉쇄를 연장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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