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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무신사 룩` 숨은 설계자들의 고백 "우리도 왕년엔 패션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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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심호진 인프라보안팀 파트장(왼쪽)과 김성겸 검색개발팀장(오른쪽).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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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신사랑 해."

무신사(MUSINSA)의 이 자신만만한 광고 문구가 아주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입점한 브랜드가 5700여 개, 누적 회원 수는 780만명에 달한다. 더 놀라운 건 속도다. 2013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이 2019년 9000억원을 넘어섰다. 기업가치 2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다.

무신사는 작년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7일간 진행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에 거래액 743억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평소보다 방문자가 2~3배 몰렸지만 장애 없이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효율적인 트래픽 관리와 웹서비스 덕분이었다.

무신사 수직 상승의 숨은 주역인 개발파트 김성겸 검색개발팀장과 심호진 인프라보안팀 파트장을 최근 만났다. 김성겸 팀장은 무신사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검색과 랭킹 개발을 총괄한다. 심호진 파트장은 무신사 인프라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두 사람은 "바깥에서 보면 무신사는 단순히 옷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옷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션 플랫폼"이라며 "사업 부서가 쏟아낸 기획을 빠르게 구현하는 개발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시 서버 장애나 소비자 불편 없이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100% 퍼블릭 클라우드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 덕택이다. 심 파트장은 "사실 100% 퍼블릭 클라우드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가 시장에 많지 않다"며 "무신사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컴퓨터 하드웨어 자원을 임대해서 쓰는 방식이다. 트래픽이 몰릴 때는 더 많이 임대해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는 반납해서 최적의 비용으로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검색기술이야말로 무신사의 차별점이다. 김 팀장은 "무신사 검색개발팀은 지난해 검색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예컨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브랜드를 찾길 원하는 고객이 '네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내셔널 지오그라픽'이라고 쳐도 그 브랜드가 결과창에 뜨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은 'e'라는 브랜드처럼 이름이 한 글자일 때다. 김 팀장은 "아무런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고객이 'e'를 검색했을 때 알파벳 e가 들어간 모든 제품이 검색 결과에 뜨기 때문"이라며 "사용자들의 검색 행동도 예측해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패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자는 패션에 '젬병'인 경우가 많다. 패션회사 개발자는 다를까. 김 팀장은 "사실 모든 개발자가 그렇듯이 패션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무신사 입사 후 조금씩 눈떠 가는 단계"라고 '고백'했다. 실제 무신사는 고객 등급을 구매 액수에 따라 8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현재 김 팀장은 레벨5까지 올라갔다. 심 파트장은 "연간 120만원씩 지급되는 품위 유지비 덕을 좀 보고 있다"며 "패션에 대한 관심이 개발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데 젊은 팀원 중에는 입사 때부터 이미 최고 레벨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입사 전까지 무신사를 써본 적 없었다는 심 파트장은 0부터 시작해 어느덧 레벨4까지 올랐다.

현재 무신사 전체 인원 500명 중 개발인력은 100여 명에 이른다. 회사 성장 속도만큼 빠르게 커지고 있는 부서가 개발팀이다. 올해도 상당수 개발자를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심 파트장은 "무신사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개선하고 도입하고 바꿔 뽐낼 부분도 많다"며 "인력도 굉장히 부족한 편인데 만약 무신사 입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빨리 합류해달라"고 개발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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