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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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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민당 새 대표에 라셰트…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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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대중적 인기 탓 장담 못 해

2차 선거서 메르츠 후보 꺾어

유럽 이민자 수용정책 지지 등

메르켈 노선 계승자로 평가돼

메르켈 뒤 당 지지율 유지 난망

기사당 대표보다 지지도 낮아

총리 선출 때까지 변동성 클 듯

세계일보

16일(현지시간)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년간 독일을 이끌어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잇는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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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새 대표로 선출돼 차기 총리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낮은 대중적 인기 등 약점이 많아 ‘포스트 메르켈’ 자리를 확실히 예약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4연임에 성공해 만으로 16년째 총리직을 지키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오는 9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다.

라셰트 후보는 이날 당대표 2차 선거에서 대의원 1001명의 과반(521명) 지지를 얻어 466명 확보에 그친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를 꺾고 당선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보수 강경파인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앞선 1차 선거에서 385표로 라셰트 후보(380표)와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을 눌렀지만 과반 달성에 실패했고, 결국 결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신임 라셰트 대표는 2015·2016년 난민 위기 당시 메르켈 총리의 이민자 수용 정책을 지지하는 등 메르켈 노선의 계승자로 평가돼 왔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 워싱턴의 혼란상을 언급하며 ‘신뢰’와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국민을) 둘로 나누고, 불화와 불신의 씨앗을 심고,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해 안정과 신뢰를 파괴했다”며 “나는 올해 우리가 굳게 단결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엔 많은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정책을 마냥 답습하지만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정계 은퇴를 앞두고 독일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그의 후계구도에 촉각을 기울여 왔다. 메르켈 총리가 2005년 11월 취임 후 특유의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독일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세계 금융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부채 위기, 난민 위기 등 해결 과정에서 선봉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같으면 기민당 당권을 잡은 라셰트가 총리직을 계승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메르켈의 은퇴가 독일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모르는 데다 여전히 8%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존재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은 37% 지지율로 녹색당(20%)과 사회민주당(15%) 등에 크게 앞섰지만, 메르켈의 퇴장 이후에도 이런 지지율을 유지할지는 불투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라셰트 대표도 “메르켈이 좋아서 기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국내외에서 메르켈의 명성은 한마디로 ‘신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정당으로서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라셰트의 개인적 인기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독일 공영방송 ZDF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8%만이 라셰트가 총리 자질을 갖췄다고 답했다. 기민당의 전통적인 연합 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을 이끄는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54%), 현 연정에 참여해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올라프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45%)보다 훨씬 낮다. 라셰트는 지난해 봄 코로나19에 따른 전국적 봉쇄 완화를 주장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메르켈 총리의 격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당 연합의 총리 후보를 뽑을 올봄까지는 ‘포스트 메르켈’ 구도의 변동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오는 3월14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라인란트팔츠주 선거가 라셰트의 지도력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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