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은 “빅데이터 기반의 환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해 진료의 질과 환자 만족도를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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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그만큼 병원 시스템은 그들에게 편리하고 안락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은 2012년부터 환자 경험을 병원 경영에 도입해 왔다. 당시 병원계에선 생소한 개념으로, 환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개선점을 찾아 현장에 반영했다. 치료 과정과 의료서비스 전반을 환자 중심으로 재편해 병원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에게 올해 펼칠 환자 경험 정책과 역할상을 들었다.
Q : -환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뭔가.
A : “병원 차원에서 좀 더 바람직한 의료기관이 되고자 환자 진료 서비스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항상 고민한다. 환자 경험을 병원 경영에 도입한 초기에는 환자가 느끼는 불편 사항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환자의 고충과 어려움을 파악해 개선함으로써 환자가 좀 더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노력과 실천이 결국 치료 과정과 결과 측면에서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기여한다.”
Q : -어떤 사례가 환자들의 호응을 얻었나.
A : “외래 환자가 겪는 불편의 상당수는 대기 문제와 관련이 있다. 외래에 무인 도착 확인 키오스크를 확대 배치한 결과 환자가 접수 후 진료를 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고, 대기 순서를 알려주는 알림 시스템을 도입해 체감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요즘 입원 환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는 건 ‘꿀잠 프로젝트’다. 병원에 입원한 동안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꽤 많았다. 입원 환자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수면 시간에 불필요한 안내방송을 줄이고 수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검사·회진 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잠을 편히 자야 컨디션을 유지하고 치료 과정에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 -추진 중인 환자 경험 정책이 있나.
A : “환자에게 잘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게 먹는 거다. 환자에게 제공하는 식사의 질을 개선하는 건 기본이고 시술·수술·검사 등을 앞두고 환자가 과도한 금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공복 탈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고령자의 경우 금식이 길어질수록 탈수나 전신 컨디션 저하로 이어져 더 고생할 수 있다. 금식으로 인한 과도한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치료나 검사에 문제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려고 한다. 기존에는 주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나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에 반영했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Q :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는 뭔가.
A : “병원에선 매일매일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된다. 어떤 목적으로 누굴 위해 쓰느냐가 핵심이다. 세브란스병원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 편의와 안전을 증진하는 데 활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병원 내 통행량, 차량 동선 등을 분석해 주차장 이용 시 불편과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환자 흐름(Patient Flow) 대시보드를 구축함으로써 외래진료실·검사실·수술실의 과밀화 등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신속하게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수많은 검사 데이터의 경향성을 파악하거나 여러 진료과를 다니는 환자를 분석하는 것 등을 통해 효율적인 관리에 나서면 진료 서비스의 질과 환자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
Q : -개별 건강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
A : “의료 빅데이터를 표준화 및 품질관리해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 개별 건강 정보 관리가 가능해진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PC 등으로 실시간 체크할 수 있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예방적 의료시스템을 활용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환자의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데 선도적인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 -향후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 “전 세계적으로 세브란스병원 정도의 규모, 인력, 의료 수준을 갖춘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새로운 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다. 상급종합병원을 넘어서는 초(超)상급의료기관의 역할 모델이 되고자 한다.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데이터에 기반을 두되 이익보단 환자의 만족도 향상에 주안점을 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증·난치성 질환의 치료 종착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최선의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 최상의 결과를 내야 가능한 일들이다. 환자·보호자에게 진심으로 신뢰받는 병원이 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실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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