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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시대’ 지우기… 1호는 기후협약 재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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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식 D-2 / ‘캡틴 아메리카’ 첫 정책은]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인수위원회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차기 행정부의 과학팀 각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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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 시각)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을 발표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대대적인 행정명령 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은 대통령 권한으로 발동하는 것으로 의회를 거치지 않지만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가진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트럼프의 유산을 지우고 자신의 국정 비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4년 전 트럼프도 취임 첫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꼽혔던 ‘오바마 케어(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제)’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오바마 뒤집기’에 나선 바 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16일 백악관 고위직 참모 내정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코로나·경제·기후·인종 평등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이 위기에 대처하고 세계에서 미국의 지위를 회복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대통령으로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십개의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 지시 등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클레인은 구체적으로 바이든이 취임 첫날 약 12개 조치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오바마 케어’ 폐지와 관련한 행정명령에만 사인했던 것을 감안하면, 바이든이 트럼프 지우기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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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서명 예정인 행정명령에는 일부 이슬람 국가에 적용된 입국 금지 조치 철회와 파리 기후변화 협약 재가입이 포함된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 후 일주일 만에 테러 위협을 이유로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등 무슬림 국가 대한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사인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었다. 또 오바마 행정부에서 가입했던 파리 기후협약에 대해 취임 직후 “(각종 기준이) 미국에 불공평하다”고 밝힌 뒤, 지난해 최종 탈퇴했다.

바이든은 또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 상환과 이자 지급 유예,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조치도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내릴 것이라고 클레인 내정자는 전했다. 취임 이튿날과 사흘째에도 코로나에 집중된 행정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클레인 내정자는 바이든이 21일에는 코로나 검사 확대와 노동자 보호 지시를 내리고, 22일엔 코로나로 어려운 노동자 가정에 대한 구제책 마련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5일부터 2월 1일 사이엔 트럼프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국경 장벽과 각종 이민 정책 뒤집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클레인은 이 기간 바이든이 이민 시스템, 국경 정책에 대한 존엄성 회복에 대한 지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무관용’ 이민정책으로 밀입국 부모와 자녀를 격리 수용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무관용 정책은 철회되기는 했지만, 계속 논란이 됐다.

바이든은 또 대선 승리의 견인차가 된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표심(票心)에 보답하기 위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강화’ 지시를 내릴 예정이다. 바이든은 선거 기간 중 4000억달러(약 441조원)를 투입해 연방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문서기록보관소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후 4년간 209건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8년 재임한 오바마(276건), 조지 W 부시(291건), 빌 클린턴(254건)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많은 수다. 이 때문에 바이든도 ‘트럼프 뒤집기’를 위해 많은 행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행정명령 정치’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행정명령이 기존 법률과 충돌할 경우 집행 과정에서 막힐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1호 행정명령으로 오바마 케어 폐지를 추진했지만, 결국 기존 법과 충돌해 완전히 폐지하지는 못했다. 또 민주당이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남발할 때 의회를 우회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비난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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