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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방송대 로스쿨 기대반 걱정반 "개천서 용 난다" "변시낭인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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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비용으로 직장 다니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변호사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긴다니 설치가 된다면 입학하고 싶다."

금융 공공기관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논의되는 방송통신대(방송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논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정씨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사법시험 폐지가 가시화된 뒤 법학전문대학원 대신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해 현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로스쿨 장학금이 많다고 하지만 3년 동안 내가 직장에서 벌 수 있는 연봉을 기회비용으로 생각하면 가기 부담스러웠다"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은 일반 로스쿨보다 어렵겠지만, 로스쿨 입학 자체가 어려운 직장인이나 수험생 사이에서 새로운 '개천 용'이 생길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인노무사 출신 직장인 김모(33)씨도 비슷한 반응이다. 그는 "변호사 시험 인원이 늘지 않는 이상 합격 자체가 쉽지 않겠지만, 로스쿨처럼 실무 교육을 받아 법학 석사가 될 수 있고, 변호사 시험 자격을 얻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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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9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된 8일 오전 한 응시생이 고사장인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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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된 방송대 로스쿨



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지난 6일 방송대 로스쿨 설치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조계와 직장인 사이에서는 로스쿨 설치가 '뜨거운 감자'다. 법안에 따르면 방송대는 기존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이외의 인원을 뽑을 수 있다. 방송대의 다른 수업처럼 원격으로 진행되고, 입학 문턱은 일반 로스쿨보다 낮다. 법학적성시험(LEET) 결과는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저렴한 학비로 로스쿨에 다녀 변호사 시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로스쿨 졸업생으로 올해 변호사 시험을 본 A(34)씨는 방송대 로스쿨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재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50% 남짓인데 방송대 로스쿨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변호사 선발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A씨는 "로스쿨의 경우 일반전형 이외에 특별전형으로 다양한 계층에게 기회를 줘 선발했지만, 특별전형 출신은 합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변호사 시험 선발 인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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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학생이 손목보호대를 하고 답안 작성을 연습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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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로스쿨들 '변시 낭인' 우려



변호사협회들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법안이 발의된 뒤 협의회는 12일 "성급한 법안 발의"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현재 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후보자들도 소셜미디어와 공약을 통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50% 수준인데, 정원 확대는 '변시 낭인'을 양산할 우려가 있고 변호사 시장이 지금도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방송대 로스쿨에 대한 반대가 로스쿨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밥그릇 챙기기'란 것이다. 사법시험 폐지가 논의될 당시 협의회는 교육부에 로스쿨 야간반 운영을 제안했고, 방송대 로스쿨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 협회 선거에 참여한 일부 변호사는 사법시험이 폐지된 뒤 로스쿨 제도를 통해 선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다. 방송대 로스쿨에 우호적인 직장인 B씨는 "변호사 시험 선발 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이와 별개로 로스쿨이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법시험 대신 로스쿨 도입할 때와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이 '내로남불'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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