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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우리 기업들, 헤지펀드 공격 못막는다…'3%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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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기업법분석-개정 상법 3%룰]


다가오는 3월 주총…'3%룰'에 헤지펀드 공격 못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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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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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밀어붙인 개정 상법이 3월 기업 주주총회에 직격탄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제한하는 '3%룰' 도입이 문제다. 대주주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업들을 해외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소유-경영 분리는 주식회사 본질…3%룰 비판 이유

3%룰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후보자인 사외이사 후보자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 전 법률에 따르면 감사위원 선출은 이사 선임 의결·감사위원 선임 의결 두 단계를 밟았는데, 감사위원 선임 의결에서만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있었다. 대주주가 내키지 않는 감사위원 후보자는 이사 선임 단계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이사 선임 단계까지 확장한 것이 3%룰이다. 이에 따르면 이사 선임 단계에서도 의결권 3%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주주가 자기 지분을 행사해 특정 감사위원 후보자를 이사 선임 단계에서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재계는 3%룰이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침해한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주식회사 제도는 주주가 소유하고 이사가 경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주는 지분을 통해 회사를 소유하고 회사에 출자한 만큼만 책임을 진다. 이렇게 하면 주주들은 회사에 관한 법적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투자가 활성화된다. 자본시장은 이러한 주식회사 제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회사 경영을 맡은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외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주주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 이때 출자한 자금만큼 많은 책임을 부담하는 대주주가 책임에 비례해 많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상법은 제382조 제1항과 제369조 제1항 등을 통해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가 많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주주의 전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과제가 남기는 하지만, 이러한 법 원칙이 주식회사 제도를 떠받치는 핵심요소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3%룰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 "3%룰 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헌법의 보호가 미치는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2008도11036)은 "주식이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는 경우 그 가치를 평가해 주식의 적정가액 산정에 가산해야 한다"면서 주주권에 붙은 경영권은 금액으로 환산 가능한 재산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2006헌바22)도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그 가치에 더해 회사의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한 가치, 이른바 '지배권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다"며 경영권에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3%룰은 위헌이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이사선임권은 주식회사의 주주가 행사하는 핵심적인 재산권인데, 3%룰은 이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주주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개정 반대 의견을 입법 단계에서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위원이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려면 3%룰을 통해 이사 선임 단계 때부터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론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런 반론을 감안하더라도 3%룰이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제민)는 "감사위원 독립성 보장과 지배주주의 이사회 전횡을 막을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헌법 상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권도중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도 "주식회사의 주주평등의 원칙 등 재산권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 해석된다"며 "3%룰로 인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오면 분명 최대주주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3월 주총 '대혼란' 우려…1월 말부터 헤지펀드 공격 가시화될 수도

법조계는 3%룰 때문에 올 3월 주주총회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다. 2003년 해외 헤지펀드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이 좋은 예다. 당시 소버린은 SK 주식 14.99%를 매입한 뒤 이를 5개 자회사에 나눴다. 이사 선임 이후 감사위원 선임 단계에서 적용되는 3% 의결권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지분 쪼개기'를 한 것이다.

현행 상법 하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소버린이 보다 직접적으로 SK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상법에 도입된 3%룰에 따라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소버린이 SK 이사회로 직접 진입하게 된다. 2003년 당시 SK는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는 데에 1조원대 자금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상법의 3%룰 아래서라면 소버린이 제도를 악용해 보다 크게 판을 벌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3월 주주총회부터 헤지펀드들의 공격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전기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데 여기서 '리딩 컴퍼니'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건실한 리딩 컴퍼니들에 대해서 헤지펀드가 미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헤지펀드와 헤지펀드가 선임한 감사위원들은)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훨씬 더 단기성과를 빼가는 데 관심이 클 것"이라며 "기업경쟁력을 해치고 오히려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변호사는 "1월 말쯤부터 개입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위협적인 투자회사, 헤지펀드들이 주주로 들어와 있는 기업들은 민감하게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임찬영 기자


'소액주주 = 절대선' 맹신, '위헌 논란' 3%룰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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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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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성 짙은 개정 상법 3%룰이 도입된 것은 정치권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를 잘못 전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는 거대 악, 소액주주는 선량한 소시민'이라는 공식 아래 공생관계여야 할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적대관계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소액주주는 '동학개미'뿐만 아니라 대형 자산운용사와 기관, 펀드 등 다양한 경제주체로 구성돼 있다. 또 일반적으로 소액주주들은 경영선진화보다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소액주주를 등한시해서는 안 되지만,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그들의 권익을 떠받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룰이 선진경영 촉진? 현실은 정반대로 갈 듯

개정 상법에 도입된 3%룰은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영향력을 넘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기존 상법과 달리 사외이사 선임 단계부터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지분을 끌어모은다면 대주주를 압도할 수 있다. 이를 둘러싸고 대주주의 재산권과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훼손해 위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3%룰의 취지는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하게 해 선진경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위원회는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들로 채워지는데, 기존 상법 하에서 사외이사들은 사실상 대주주 뜻대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들이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여당은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중 최소한 1명은 소액주주 뜻대로 선임할 수 있도록 3%룰을 도입했다.

그러나 3%룰은 현실에서 정반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법조계는 우려한다. 선진경영이 아닌 소액주주의 자기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는 절대선'이라는 3%룰의 착각

소액주주는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는 주주와 관심이 없는 주주로 나뉜다.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는 주주라면 경영진에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3%룰은 그 지분 기준을 3%로 봤다. 상장회사의 경우 3% 지분의 평가금액은 최소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대형 자산운용사와 기관, 펀드다. 이 중에서도 삼성과 SK를 공격했던 엘리엇, 소버린 같은 해외 헤지펀드들이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의 행동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소통 활성화 등 선기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이 점을 들면서 "기업들이 근거없는 엄살을 피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기능이 항상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의 본질은 '자기이익 극대화'라는 것이 재계와 학계의 지론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상사법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엘리엇은 2015년 미국 물류회사 XPO가 프랑스 회사 노어베르 덴트레상글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 끼어들어 인수가격 대비 20%의 프리미엄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이 주식보유현황 허위보고, 조사 방해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나 2000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후 프랑스 금융시장청은 헤지펀드의 행동주의가 회사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 상 중요한 순간에 개입해 회사 안정성을 해치고, 허위·오인가능한 정보를 유출해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헤지펀드들이 3%룰을 통해 국내기업 이사회에 직접 진입, 행동에 나선다면 경영혼란이 불가피하다.

기업경영 보다는 투자 수익이 중요한 소액주주, 흔히 말하는 '동학개미'들도 주가상승이 주된 투자의 목적이다. 경영 선진화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정리하면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든 없든 소액주주는 자기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3%룰이 선진경영을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오히려 기업을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시켜 경영자원 낭비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권도중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는 "펀드, 기관들의 소액주주 권리도 중요하지만, 과연 상법 상 주주평등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소액주주들의 모습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소액주주들은 회사경영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보호를 하더라도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는 헤지펀드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법이)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지주사 하라"더니…3%룰로 '찬물'

개정 상법 3%룰은 정부가 대기업 그룹에 꾸준히 주문하고 있는 지주회사 제도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상법 3%룰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겸할 계열사 사외이사 선임에서 지주사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지주사가 가진 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하려면 SK를 공격했던 소버린처럼 계열사를 새로 설립해 지분을 쪼개거나 순환출자구조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지배구조 단순화, 투명화라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가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지주회사들을 죄악시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라고 밝혔다.

김종훈, 임찬영 기자


'차선 두고 최악' 상법 3%룰 밀어붙인 여당…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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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기업들이 상법 3%룰 개정을 포함한 공정거래3법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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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개정 상법 3%룰이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문제해결 보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법조계의 우려다. 대주주의 이사 선임권 제한은 위헌성이 짙은 데다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예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독립시키거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자체 컴플라이언스를 독려하는 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 맞지만…3%룰은 잘못된 해법

17일 정치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상법의 3%룰은 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주주가 뽑은 이사들이 감사위원으로서 이사회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같은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개정 상법의 3%룰은 정답이 아니라고 법조계는 비판한다.

권도중 변호사(법무법인 시헌)가 지난해 6월 경희법학에 게재한 '감사위원회와 분리선임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는 사외이사 제도가 아직 우리나라에 정립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상법 제415조의2 제2항에 따라 감사위원회 인원 3분의 2는 사외이사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외이사 제도의 약점은 곧 감사위원회의 약점이 된다.

우리나라 사외이사들은 기업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국세청,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업경영보다 각종 '민원' 해결에 특화된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탓이다.

권 변호사의 논문에 인용된 기업평가사이트 CEO 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30개 대기업집단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190개 상장사 사외이사 656명의 출신이력을 분석한 결과 약 40%가 관료 출신이었다. 권 변호사는 "전직 CEO 등 기업전문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과 큰 차이점으로 대체적으로 감사위원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는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논문에 인용된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59개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 267곳의 이사회 안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99.59%로 집계됐다. 이처럼 사외이사의 전문성, 의사결정 능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3%룰을 통해 선임권한을 소액주주에게 넘기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사외이사들은 자신을 선임해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충성하게 될 것"이라며 3%룰은 사외이사를 부리는 주체를 대주주에서 소액주주로 바꿀 뿐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라고 해서 전문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사외이사를 뽑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출자금 보전, 단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가 뽑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사가 감사위원까지 겸하게 된다면 경영판단이 방해받거나 기업정보가 누설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권 원장은 우려했다.

◇대안 있는데도 3%룰 고집? "전근대적 방식"

사외이사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제도를 개선하겠다면 3%룰보다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서 분리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감사위원회를 이사가 아닌 외부인사들로 구성하게 하고, 여기에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자체 컴플라이언스 기구를 설립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권 변호사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가져갈 수 있게 장려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런 것들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ESG(Enviro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이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다"며 "자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살아움직이는 경제활동과 법이 불일치하게 돼 탄력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3%룰 재고 가능성 희박…3월 주총 대비 보완이라도 해야

현 여당의 기조를 볼 때 3%룰이 늦춰지거나 개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당장 3월 주주총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 보충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상장사 지분대량보유 공시의무 기준을 5%에서 3%로 낮추는 방안, 기관이 헤지펀드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제공에 나서는 방안 등이 있다.

정준혁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상사법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헤지펀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분대량보유 공시의무 기준을 5%에서 3% 낮추는 것, 기관 차원에서 헤지펀드 분석·답변 역량을 제고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업이 헤지펀드의 개입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권 원장은 "프랑스는 정부가 헤지펀드의 행동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는 기업을 보호할 의사가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임찬영 기자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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