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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수리율 97%'…울던 아이 웃게 하는 장난감 박사들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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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장난감 수리센터 지난해 2천19개 수리

연합뉴스

장난감 수리 중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8일 인천시 남동구 평생학습관 2층 장난감 수리센터에서 (왼쪽부터) 이성섭(70)씨와 윤갑노(67)씨가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2021.1.18 goodluck@yna.co.kr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방문할 때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던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돌아갈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네요."

인천시 남동구 평생학습관 2층에 마련된 장난감 수리센터는 60∼70대 노장들의 집중력이 고도로 발휘되는 공간이다.

최병남(72) 센터장을 필두로 한 6명의 '장난감 장인'들은 이곳에서 2년째 무료 수리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교사·경찰·PD·정비공 등 각기 다른 직업군에서 은퇴한 뒤 장난감 수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였다.

장난감 장인들의 손을 거치면 어린이용 피아노는 소리를 되찾고 멈춰있던 원숭이 장난감도 다시 움직인다.

환한 조명을 비춰 고장 난 부분을 파악하고 불량 부품을 교체하는 일련의 과정은 제법 능숙해 보였다.

최 센터장은 "수리 난이도에 따라 센터에서 하루 최대 30개씩 장난감을 고치기도 하고 5∼6개 수리에 그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 공간에는 20여개 종류의 드라이버를 포함해 40가지를 훌쩍 넘는 다양한 공구들이 진열돼 있었다. 작업 책상 곳곳에 눌어붙은 접착제 자국은 치열했던 수리 과정을 담아냈다.

남동구 장난감 수리센터에는 지난해 2천82건의 의뢰가 들어왔으며 2천19개의 장난감이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수리율은 무려 97%에 달한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장난감 살려주셔서 감사하다", "신의 손 인정합니다" 등의 감사 후기가 줄줄이 올라온다.

최 센터장은 18일 "장난감은 아이들이 소중한 추억을 공유한 친구와 같다"며 "그런 장난감이 고장 나면 심리적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좋아하면 부모들도 기뻐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스스로 굉장히 뿌듯하다"면서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치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장난감 수리 중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8일 인천시 남동구 평생학습관 2층 장난감 수리센터에서 최병남(72) 센터장이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2021.1.18 goodluck@yna.co.kr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 수리 접수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센터에 찾아올 수 없게 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수리 경력만 10년째인 최 센터장은 인천의 한 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뒤 장난감 수리에 취미를 붙였다.

은퇴 후 만난 후배가 "항공기 정비 교육자로서 경험을 살려 장난감 수리로 재능기부를 해보라"고 제안했을 때는 "이 나이에 무슨 장난감이냐"며 웃어넘겼다.

그러던 중 무심코 산책을 하다가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멀쩡한 장난감들을 보며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내가 장난감을 고치면 새것을 사지 않아도 되는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고, 버려지는 장난감도 없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최 센터장은 남동구 소래포구 인근에 5평(16㎡) 남짓한 작은 사무실을 차리고 장난감 수리를 이어왔다.

그러면서 한두 사람씩 동료를 모으며 의기투합해 팀을 이뤘고 2년 전 구청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정식 장난감 센터에 자리 잡게 됐다.

올해에는 노인 인력개발센터와 협력해 4명의 수습생을 새롭게 뽑는 등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최근 장난감 수리 교본을 만들어 체계적인 교육에 나서고 있다. 10년간 장난감 수리일을 하면서 쌓인 경험을 차근차근 담아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작게나마 기쁨을 주고 싶다"며 "건강이 닿는 데까지 수리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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