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비대면 일상화…익숙해진 거리두기
코로나 길어지며 분노 관련 상담 늘어나는 추세
학교ㆍ학원 등교수업 중단…자녀 학력격차 학부모들 걱정
수출기업들, 온라인 화상 마케팅으로 전환해 판로 개척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속에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2020.09.15. dahora8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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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박종대 천의현 안형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 간 소통을 대면이 아닌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고, 가까운 지인과의 만남도 조심스러워졌다. 코로나19가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호흡기 질환에 속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마다 분주한 직장인 출근과 학생들의 등굣길 모습도 각자 재택과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됐다. 산업계 역시 해외 이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코로나 시대의 일상이 마비된 시민들
경기 시흥시에 직장을 둔 이모(32)씨는 올해 입사 3년차 신입사원이다. 2019년 6월 첫 출근한 그는 아직 직장 동료들과 친해지기도 전인데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리며 재택 근무에 들어갔다. 한 달에 한 번씩 팀원들과 돌아가며 일주일씩 집에서 근무한다. 그는 입사 초기 사회 초년생으로 선배들과 어울리며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의 맛집을 소개받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가까운 동료들과 소주도 한 잔씩 즐겼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한 뒤부터 직장인으로서 이러한 재미는 사라졌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에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회식이나 점심식사 모임이 모두 중단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각종 모임이 잦아 살이 찌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등록했던 헬스장도 문을 닫으며 운동도 못하게 됐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모(69)씨는 올해 초순께 생일을 맞았다. 슬하에 둔 아들과 딸이 결혼한 이후 출가하면서 따로 살고 있다. 그는 매년 집으로 두 자녀와 손주들을 초대해 오순도순 생일케이크에 촛불도 붙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생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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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달 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가면서 아들, 딸 내외 및 손주들과 식사도 한 번 갖지 못한 채 쓸쓸한 생일을 보내야 했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면서 주민등록상 같은 거주지에 사는 경우가 아니면 모일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제 생일도 가족과 함께 함부로 보낼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사람 만나는 것부터 일상 생활에 제약이 심해져 우울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사적모임 제한인원을 5명으로 정한 기준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방역당국의 터무니 없는 조치에 화가 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일 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람 간 접촉은 물론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는 기간이 길어지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내 지자체들은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울증) 예방을 위해 콜센터 상담 등 지원에 나섰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상담 건수 가운데 불안 감정을 털어놓는 경우가 약 5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울감으로 걸려오는 상담 건수가 30%, 분노와 스트레스가 17%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대구에서 신천지발 확진자가 늘어날 때는 불안 증세 관련 상담 전화가 대체로 많았다면, 요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는 분노 관련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도내에서 1996년 처음 정신건강사업을 시작한 수원시는 코로나19로 불안과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을 위한 핫라인 전화번호(1577-0199)를 개설·운영 중이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상담 연령대는 30, 4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다"며 "이보다 나이가 적거나 높은 경우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여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에 다른 학력 수준 떨어질까 걱정"
경기 수원시 호매실동에 사는 정모(37·여)씨는 최근 한 달째 등교수업을 못하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작년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등교수업 중단으로 온라인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학습 내용을 보통 학원에서 메꾸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수도권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증함에 따라 서울, 인천, 경기 학교와 유치원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15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12.15. bjk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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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다니던 학원과 교습소가 문을 닫는 일이 잇따르면서 이마저도 못 듣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 씨가 집에 있는 가정주부이면 아이와 함께 학교 진도에 맞춰 공부할 텐데 맞벌이 부부로 직장에 나가면서 이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정 씨는 "엄마가 전업 가정주부이면 아이가 등교수업 중단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때 곁에서 공부를 봐줄 텐데 맞벌이 부부는 그게 힘들다"며 "그나마 학원이라도 갈 때면 조금이라도 선생님들이 공부를 시켰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원마저 못 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다른 학생들보다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매일 학교 등·하교를 당연하게 여겼던 학생들의 일상에 균열을 가져왔다. 교육당국은 학교를 통한 집단 감염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작년 1학기 개학을 3차례 연기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4월 9일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다.
등교 개학은 지난해 5월 20일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져 6월 8일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등교하게 됐다. 물론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요일 또는 주별로 등교 학년과 학급을 달리하고, 같은 학급 안에서도 분반 등교하는 형태였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학생들의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고 온라인 공부방을 개설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개별 또는 그룹별로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운영에 들어갔다"며 "해외 선진국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어느 정도의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수출 상담도 온라인 시대
코로나19는 기업들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요구했다. 중소기업 수출은 오프라인을 통한 시장 개척의 거래선 발굴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년 동안 정부와 수출지원기관에서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해외 마케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다행히 빠르게 적응했다. 온라인 비대면 상담회 등을 통해 업체들이 나름대로 판로 개척을 진행하면서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이 하나의 주요한 방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지난달 2일부터 27일까지 경과원 내 디지털무역상담실에서 상시 운영한 'G-FAIR KOREA 2020 온라인 수출상담회'에서 참가기업 관계자가 바이어와 화상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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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프라인 효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면으로 제품 견본을 놓고 상담을 진행해도 수출 계약을 따내는 게 어려운데, 온라인으로 통역사를 불러놓고 진행하는 게 얼마나 해외 바이어를 설득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상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이 나와주느냐가 관건이다. 비대면 협상의 효율을 높이려면 IT 기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서 바이어를 만나 거래했을 때 효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신 시간과 공간, 물리적인 경제성을 아낄 수 있도록 온라인 화상 상담이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박준 경기남부본부장은 "우리나라가 IT 기술이 탁월하고 온라인 판로개책의 답답함을 한국의 기술자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온라인 상담을 통해 수출 물꼬를 트면 정부와 지원기관이 이를 연결 또는 유지해주려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mypdya@newsis.com, goah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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