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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서울시민 “소수 문화 인정하지만, 직장동료로 동성애자·탈북민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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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문화다양성 시민인식지표조사 결과

민족·국적·인종 다른 집단 문화 표현에 72% 동의

직장동료로 북한이탈주민 수용도는 48%에 그쳐

불수용은 동성애>정치 성향 다른 사람>탈북민 順

헤럴드경제

2019년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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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시민 10명 중 8명은 다른 문화를 차별해선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주노동자나 탈북민을 직장동료로 받아들일 의향은 10명 중 5명 정도에 그친다는 시민 인식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머리’로는 다른 문화를 포용하지만, 이들과의 사회적 관계는 맺기 싫은 이중성을 드러내서다. 외국인인구 50만, 북한이탈주민 7000명이 함께 살고 매해 도심 한복판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글로벌도시 서울의 한 단면이다.

18일 서울연구원이 진행한 서울시민 문화다양성 인식 시범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대다수인 84.9%가 ‘문화다양성’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내가 속한 문화를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차별해선 안 되고(79.5%),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67%) 등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았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농담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제지한다 응답은 59.6%에 그쳤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집단과 직장동료, 이웃, 동호회 등 사회적 관계로 엮이기는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동료로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동의 정도를 5점 척도로 매겨 백분율로 환산한 결과 성소수자에 대한 동의도는 39.8%로 매우 낮았다. 북한이탈주민(47.8%),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48.5%), 이주노동자(52.4%), 장애인(58.6%), 비주류 문화예술 취향(58.3%), 결혼이주민(60.5%), 다른 종교(61.6%) 등의 순으로 저조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집단이 주도하는 동호회에 참여할 의향 역시 성소수자(30.8%)가 가장 낮았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37.0%), 북한이탈주민(42.0%), 이주노동자(41.6%), 장애인(49.5%) 순으로 기피됐다.

문화적 배경에 거부감을 느낀 경험으로는 ‘종교·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55.1%)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성소수자(44%), 나보다 나이가 적거나 많은 사람(26%), 민족·인종·국적이 다른 사람(24.6%) 순이었다.

거부감이 들었을 때의 행동은 ‘속으로 불편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45.2%), ‘그 자리를 피했다’(30.3%) 등 소극적 대응이 ‘그 자리에서 거부감을 직접 표현했다’(11.7%), 'SNS, 댓글 등을 통해 불편함을 표현했다’(10.1%)를 크게 앞섰다.

한편 문화표현을 이유로 최근 3년간 차별받은 개인적 경험을 물은 결과, 성차별을 겪었다는 응답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나이, 종교, 출신지역, 비주류 문화예술 취향 순이었다. 차별 경험은 여성(47.1%)이 남성(20.8%) 보다 배 이상 많았으며, 20대(42.5%), 30대(36.0%) 등 연령대가 어릴 수록 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만의 문화다양성 시민인식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일반시민 1000명 설문과 소수자 대상 심층인터뷰를 함께 실시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는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기본적 정책방향이 없이 여러 부서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문화다양성 관련 사업들을 행정적으로 취합하는 것은 실효성이 부족하고, 서울시의 문화다양성 기본계획과 실행계획 수립, 이에 기초한 정책지표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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