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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영하 10도에선 염화칼슘 뿌려도 소용 없을까?…문제는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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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 높이면 기온 낮아도 눈 녹여

30% 이상에선 결정 생기며 얼어

부식성 강해 차량·시설물 피해도

중앙일보

18일 오전 충남 서산시청 주변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서산에는 전날 오후 9시 20분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이날 오전 9시 현재 3.3㎝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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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아침 서울에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1.5㎝ 안팎의 눈이 쌓이는 데 그쳤지만, 경기 남부의 안성에서는 7.9㎝의 작지 않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 보하이 만 부근에 위치한 기압골의 남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져 남서풍보다 서풍이 지속했고, 서울은 눈 구름대가 약해 소강상태가 길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에 강화도 인근인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눈구름대로 영향으로 서울에 눈이 다시 내리고 강도도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19일 아침에는 서울·수원 영하 13도, 춘천 영하16도 등 강추위도 예고됐다.

눈에 이은 강추위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서울에 3.8㎝의 눈이 쌓이고 이튿날 아침 영하 16.5도까지 떨어지면서 도로가 얼어붙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염화칼슘 같은 제설제도 소용이 없는 것일까.



염화칼슘 영하 50도에서도 작용



중앙일보

18일 아침 폭설로 인해 출근길 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보가 무색하게 서울 등 수도권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의 눈이 내렸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인근 인도와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이 녹지 않고 눈처럼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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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염화칼슘(CaCl2)을 제설제로 사용하는 것은 물속에 불순물이 많으면 물의 어는점이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염화칼슘은 수분을 잘 흡수하고 물에 잘 녹는데, 염화칼슘 분자 1개가 물에 녹으면 3개의 이온으로 나뉜다.

일반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이 두 개의 이온으로 나뉘는 것과 비교하면, 이온의 양이 많아 어는점을 더 많이 떨어뜨린다.

염화칼슘이 물에 녹으면 발열반응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눈을 녹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염화칼슘 농도가 높으면 물의 어는점을 더욱 더 떨어뜨린다.

이론적으로 염화칼슘 농도가 30%라면 영하 51.6도에서도 물이 얼지 않게 만든다.

대신 염화칼슘도 농도가 30%를 넘어서면 오히려 결정이 생기면서 어는점은 다시 높아진다.

염화나트륨의 경우 최대 23% 농도에서 영하 21.1도까지만 제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폭설 땐 제설제만으로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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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폭설이 내린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도로에서 제설차가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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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눈이 많이 내렸을 때다.

30% 농도가 되도록 하려면 염화칼슘도 많이 뿌려야 한다.

길이 100m 길이, 폭 20m의 도로에 눈이 5㎝ 내렸다면, 물의 양으로 대략 10톤이다.

염화칼슘을 4.3톤을 부어야 30% 농도가 된다.

영하 10도에서는 염화칼슘 농도가 15% 이상은 돼야 눈이 얼어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길이 100m 길이, 폭 20m의 도로에 눈이 5㎝ 내렸을 때, 염화칼슘만으로 눈을 녹이려면 1.76톤은 부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추운 날씨에 눈이 많이 쌓였다면 염화칼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 혹은 미리 제설 차량으로 눈을 걷어낸 뒤 염화칼슘을 뿌려야 효과가 있다.

염화칼슘은 염소 이온 때문에 부식성이 높다.

교량이나 도로 시설물, 차량, 건물 등을 부식시키고, 염화칼슘이 녹은 물이 하천에 흘러들면 하천 생태계에도 해롭다.

유기산 등 가격은 높지만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습기 머금은 눈 무게 ㎥당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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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경북 울릉군 공무원들이 주택 지붕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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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리면 도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비닐하우스나 건물이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보통 강수량 1㎜이면 눈으로는 1㎝에 해당하고, 눈 1㎥ 무게는 대략 100㎏ 정도 된다.

같은 눈이라도 건설(乾雪)이냐 습설(濕雪)이냐에 따라 무게 차이가 있다.

습설은 습기를 머금고 있어 눈 결정이 크고 무겁다.

기상청에 따르면 습설의 경우 1㎥당 무게가 300㎏이 넘고 600㎏에 이를 때도 있다.

가로 10m, 세로 20m 소형 비닐하우스에 습설 50㎝가 쌓이면, 눈의 무게만 30톤 이상이다.

소형차 30대가 비닐하우스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것과 같은 무게라는 것이다.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로 낮을 때는 눈의 결정이 그대로 보존돼 밀도가 낮다.

하지만 0도 안팎의 높은 기온에서는 결정 사이사이에 녹은 물이 들어차면서 같은 양이 쌓여도 더 무겁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눈이 많이 쌓였을 때 위쪽은 ㎥당 100㎏이라고 해도, 아래쪽의 눈 무게는 ㎥당 200㎏이 넘을 수도 있다.

자동차에 쌓인 눈 제거하지 않고 다니면 눈 무게가 연비를 떨어뜨린다.

25㎝ 눈을 털어내지 않고 자동차 위에 이고 다닐 경우 중형차 기준으로 50㎏가량의 무게가 늘어난다.

사람을 한 명 더 태우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연료 소비가 평소보다 10%는 늘어난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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