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트럼프 트윗도 그녀 작품이었다, 시즌2 노리는 이방카의 야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오른쪽)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에 '트럼프 시즌2'가 이어질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곧 비워줘야 하는 처지이지만 그가 귀환을 노리고 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그 자신이 아니라면 딸 이방카 트럼프 역시 유력한 트럼프 시즌2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CNN은 15일(현지시간) “상류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이방카와 쿠슈너가 새로운 냉혹한 현실에 처했다”고 전했다.

지난 4년은 이들에게 달콤했다. 마흔살 동갑내기 부부인 이방카 트럼프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의 핵심 비선실세로 군림했다. '퍼스트 패밀리'임을 내세우며 기밀 접근권과 관련 통신 장비도 제공 받았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부터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습격,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등 굵직한 사건과 이벤트 때마다 이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중앙일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춤을 추고 있는 이방카·쿠슈너 커플.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때 이들의 특권 패스였던 '트럼프'라는 이름이 이들에게 이젠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게 CNN의 진단이다. CNN은 “정치적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선 중심축(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이들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말을 많이해도, 적게해도 고민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회 폭력사태 직후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동영상 다수는 이방카의 작품이라고 한다. 6일 폭동 사태가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지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방카가 아버지에게 사태 진정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찍게 했다는 것이다. 폭력 사태 당일에 올라온 이 영상엔 폭력 사태를 일으킨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집에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러나 역시 지지자를 챙기는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용도 담으면서다. 이방카 본인도 이들을 ‘미국의 애국자(American patriots)’라고 칭하는 트윗을 올렸다.

중앙일보

이방카 트럼프가 국회의사당 폭도에게 '애국자'라고 칭한 트위터. 논란이 일자 삭제하고 ″평화로운 것이 애국″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방카는 전략을 바꾸고 다음날인 7일 아버지에게 또다른 동영상을 올리도록 했다. 탄핵론까지 고개를 들자 트럼프 대통령도 응했다고 한다. “평온함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동영상이다. 이방카도 논란이 된 본인의 트위터를 삭제하고 “평화가 애국”이라고 해명했다.

사위 쿠슈너 역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페이스북에서 강제 탈퇴 당하자 대안으로 극우 소셜미디어에 가입하려 했을 때 그 결정을 반대한 것이 쿠슈너였다고 한다.

CNN은 이들의 정치 인생이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CNN과 같이 반(反) 트럼프 성향이 극명한 매체 이외에는 이 둘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대표적이다.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이방카 등 트럼프의 자녀들이 여전히 정계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극우 성향의 이른바 ‘트럼피즘’이 계승될 거란 전망이다.

중앙일보

2019년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방카·쿠슈너 부부(왼쪽 첫·두 번째) 역시 백악관 보좌관, 선임 보좌관으로 참석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피즘이라는 레거시는 퇴임 뒤에도 한동안 미국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9일, ABC뉴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력 사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3%에 달했다. 이들 중 54%는 그가 잘못한 게 없다고 답했다.

이방카 부부의 ‘정계 진출’ 야망은 트럼프 당선 초부터 널리 알려졌다. 그들이 뉴욕을 떠나 워싱턴 DC로 온다고 했을 때 “쿠슈너는 세계 정치에서 가장 힘 있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고, 이방카 트럼프는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이 될 것”이란 말이 돌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부동산 재벌가 출신인 쿠슈너는 유대인의 후손이란 점이 먹혀 미국 내 지지층이 확고했고, 이방카 역시 세련된 외모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아버지 재임 기간 내 ‘소프트 파워’ 역할을 해냈다.

중앙일보

이방카·쿠슈너 부부와 자녀. 슬하에 총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둘러싼 안 좋은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이었던 스티브 배넌이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기자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이방카는 배넌에게 "나는 퍼스트 도터(대통령의 딸)이라고!"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14일엔 이들이 경호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 경호원들에게 사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WP가 보도하면서다. WP는 이들 부부의 요구 때문에 비밀경호국이 지난 4년간 예산 14만4000달러(약 1억6000만원)를 들여 사저 밖 아파트에 임시 화장실과 휴게실을 마련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방카·쿠슈너 부부 사저는 465㎡(약 141평) 규모로, 화장실이 6개가 있다.

이방카 부부가 트럼피즘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긴 하나 이들 외에도 잠재적 후보군은 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에릭 트럼프의 부인인 라라 트럼프가 그 중 한 명이다. 폴리티코는 라라 트럼프가 내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계에서 상원의원 선거는 백악관 입성의 주요 발판 중 하나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