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서울.범내려온다`. [사진 제공 = 통인화랑] |
암담한 검은색으로 뒤덮인 서울 풍경 속에서 호랑이 2마리가 기와지붕 위를 노닐고 있다.
민경아 판화 작품 '서울. 범내려온다'는 역병을 물리치는 민화 속 호랑이를 소환했다. 서울 통인화랑 판화전 '해학의 풍경'에서 만난 작가는 "코로나19로 어두운 시기에 호랑이를 통해 희망을 담았다"며 "호랑이가 쓴 왕관은 기쁨과 성과, 행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18년 스페인이 주최한 '온 페이퍼 국제판화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그는 남산과 북촌, 이태원에서 본 서울 풍경을 재구성한 배경에 한국적 해학을 새겼다.
2019년에 이어 두번째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현대판화 개척자인 김상구, 강행복, 김희진, 민경아, 박재갑, 이언정, 정승원, 홍승혜 등 작가 8명의 작품을 펼쳤다. 어떤 비극적 상황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웃음으로 희석시켜온 한국적 유머인 '해학'을 담은 판화들의 향연이다.
50여년 내공의 판화 대가 김상구 작가는 푸른 바다와 소나무, 기와지붕을 단순한 선으로 압축한 목판화를 선보였다. 제주 비자나무를 추상화시킨 작품도 눈에 띈다. 칼로 새긴 자연 풍경인데도 서정적이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화면은 그림이자 동시에 시(詩)의 경지에 다가간다"고 평했다.
강행복 2020년작 3ㅡ화엄Whaeomㅡ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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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복 작가 작품은 오색찬란하다. 그동안 제작해온 판화를 찍은 알록달록한 종이를 잘라서 실로 꿰맨 설치작품 '화엄' 연작을 걸었다. 불교 신자로 절에서 작업한 그는 "나무, 꽃, 새, 물고기, 사람, 구름, 달, 해, 절, 바다, 강 등 삼라만상을 조형화시켰다"면서 "33년 판화 저력을 설치 작업에 집약시켰다. 2년전 암수술을 받고 술담배를 끊어 하루종일 작품만 만든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 코리아센터에서 전시하는 한국과 프랑스 판화가 30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홍승혜 2008년 수성목판화 마음 따뜻함을향하여 희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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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혜 작가의 수성목판화는 수채화처럼 물결치듯이 부드러운 선과 색채의 조화를 보여준다. 홍익대를 졸업한 후 일본 타마미술대학에서 수성목판화를 전공한 그는 "모성애와 희망 등 따듯함을 작품에 담아왔다"며 "마음이 밝아지고 위로를 건네는 미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승원 2018년작 겨울캠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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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물놀이를 하고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실크스크린 작품을 걸었다. 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에서 유학한 그는 "9년 넘게 독일에서 살 때 우중충한 날씨와 일 때문에 행복을 찾고 싶었다. 화사한 작품을 보고 관람객들의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2020년작 site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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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작가는 한국의 풍경을 경쾌하게 담은 목판화를 제작한다. 종이로 찍어내지 않고 목판화 자체가 작품이다.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저어새와 왜가리가 사이 좋게 어우러진 판화 작품을 걸었다.
화랑가에서 보기 드문 목판화전을 주도해온 김상구 작가는 "열심히 작업하지만 전시하자는데가 없었는데 통인화랑에서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계선 통인화랑 대표는 "팬데믹으로 위축돼 있는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시는 2월 7일까지.
김상구 2020년작 No 1257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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