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3시 서울의 한 코인노래연습장 입구. 문에 8㎡당 1명이 입장 가능하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정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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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팀(5명). 18일 하루 동안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노래방을 찾은 사람 수다. 이날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홀로 자리를 지키던 업주 안모(63)씨는 오후 5시쯤 노래를 부르러 온 첫 손님을 맞았다. 노래방 기기가 있는 방 5개 중 4개는 문이 열린 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안씨는 전날부터 노래방을 다시 열기 위해 청소를 하고 소독까지 마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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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5명…"기쁘지만, 9시 제한 막막"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 따라 지난달 8일부터 영업이 금지됐던 수도권 노래방과 헬스장이 42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긴 휴업 끝에 문을 연 업주들은 “간판불을 켜고 영업을 재개할 수 있어서 감격”이라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씨는 “인원 제한(8㎡당 1명)에 따라 13명까지 입장이 가능한데 그만큼 올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며 “무엇보다 오후 9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다는 게 막막하다. 번화가 노래방은 사실상 오후 9시가 노래를 시작하는 시간인데 손님이 와서 한 곡 부르고 집에 가야 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또 다른 노래방 관계자는 “당장 손님이 안 와도 불이 켜진 모습은 보여주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5시 안모(63)씨가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의 노래연습장이 불이 켜진 채 텅 비어있다. 정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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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노래하러" 반기는 손님도
서울의 한 코인 노래연습장엔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8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이곳을 찾은 김모(20)‧이모(20)씨 커플은 “코로나19 전까지는 최소 일주일에 1번은 같이 노래방을 왔는데 한 달 넘게 노래할 곳이 없어 답답했다”며 “노래방 건물로 들어오는데 괜히 지나가는 사람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오랜만에 재밌게 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노래방의 아르바이트생 유한범(29)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노래방이 문을 닫아 다른 일을 찾아보다가 오늘부터 다시 출근하게 됐다”며 “예전엔 무인 노래방이었는데 QR 체크와 환기·소독 등을 해야 해 고용이 됐다. 그런데 손님이 거의 없어 알바비 받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서초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재인씨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영업 가능 시간을 탄력 적용해야 한다”며 “9시까지만 일괄 영업할 수 있게 하는 건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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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엄띄엄 러닝머신…문 연 헬스장
18일 오전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헬스장. 이 헬스장은 영업중단 기간 스피닝 자전거 기구가 있던 약 33㎡(10평) 공간을 비워 운동 기구간 간격을 벌렸다. 편광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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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체육시설인 헬스장도 오후 9시 영업제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926㎡(280평) 규모의 헬스장엔 3명의 회원이 마스크를 쓴 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헬스장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33㎡(10평) 공간을 차지하던 스피닝 자전거를 치우고, 다른 운동기구 사이 간격을 넓혔다. 또 일렬로 늘어선 26대의 러닝머신은 두 대마다 하나씩 사용금지 팻말을 붙였다. 찜질방과 샤워실 문은 잠겨있었다.
오랜만에 헬스장을 찾았다는 장모(32)씨는 “다시 운동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운동하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헬스장엔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20명의 회원이 방문했다. 출근하기 전에 들른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헬스장 관장 배준형(43)씨는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회원들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써달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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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여는데 왜 헬스장 샤워 안 되나"
18일 오전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헬스장 내 찜질방과 샤워실은 폐쇄됐고, 사용 금지 안내문이 붙었다.편광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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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정재철(39)씨는 “영업을 다시 시작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정부 정책에 실효성이나 형평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목욕탕은 되는데 헬스장 내 샤워는 왜 안 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헬스장 관장 A씨(45)는 “직장인은 퇴근 후인 오후 8~11시 사이에 운동을 많이 하는데 9시 이후 영업금지 조치를 하면 문을 열어도 손해”라며 "저녁에 회원이 몰리면 줄 서서 기다리다 집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진호‧편광현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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