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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년 전처럼 대형투자 올스톱 되나, 삼성 또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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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뒤숭숭, 별도 입장 안 내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계획 등

신성장동력 확보 차질 가능성

어제 하루 만에 시총 18조 증발

중앙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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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또다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건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078일 만이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3개월 만에 그룹의 구심점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삼성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는 내내 침묵이 흘렀다. 오후 2시20분쯤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사실 회사 내에선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터라 충격의 파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 부서의 임원들이 오후 늦게까지 비상회의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고, 이틀 뒤엔 삼성리서치센터에서 “선도기업으로서 몇백 배 책임감을 갖자”고 강조하는 등 연초부터 현장 행보를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그런데 뜻밖의 결과를 받아 회사 전체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갈수록 신기술을 선점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은 “삼성의 혁신 속도가 떨어질 게 걱정된다. 삼성이 한때 추락했던 소니의 수순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4년 전처럼 향후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가 아닌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삼성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전자·생명·물산 등 3개 계열사에 부문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안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 ‘오너 부재’의 후폭풍은 4년 전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어려운 시점”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경제가 10년 이상 앞당겨졌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반도체 독립’ 의지가 강하다. 이런 때 굵직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오너 구속은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중이던 2017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성전자에선 대형 투자가 ‘올 스톱’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3개월 전인 2016년 11월 미국의 전장부품회사인 하만을 인수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 주도로 진행 중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 133조원 투자계획이 삐걱거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 대형 인수합병이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대만의 TSMC 등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는 곳에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로이터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경쟁 기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41% 하락한 8만50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8조원가량 증발했다.



박형수·최현주·권유진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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