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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요즘군대]'반말 명령' 정말 문제될까…장교·부사관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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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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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장교와 부사관 사이 '반말' 문제가 화두다. 육군의 일부 주임원사가 '장교들은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는 취지의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발언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육군이 공개한 남 총장의 발언 내용은 이렇다.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데도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지난해 12월21일 주임원사들과 화상회의에서)

상명하복이 근간인 군대에서 '반말 명령' 혹은 '반말 지시'가 문제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명령을 반말로 해도 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다만,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31조(언어태도)를 보면 '하급자에게는 점잖은 말을 사용하여야 하며, 온화하고 위엄이 있으며 상호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로써 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중요한 것은 상급자의 반말 여부가 아니라, 상급자와 하급자 간 상호존중과 배려하는 태도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대로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반말이나 하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있다. 부대관리훈령은 '상급자에게는 높임말을 사용하여야 하며, 존경하는 마음가짐과 겸손한 태도로써 대하여야 한다'(31조 1항), '상급자에 대하여는 성과 계급 또는 직명 다음에 '님'의 존칭을 붙인다'(29조 1항)고 규정한다.

장교와 부사관의 상하관계는 분명하다. 군인사법은 군인의 서열을 Δ장교(장성·영관·위관) Δ준사관(준위) Δ부사관(원사·상사·중사·하사) Δ병(병장·상등병·일등병·이등병) 순으로 명확히 구분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상급자인 장교가 하급자인 주임원사에게 하는 반말 명령은 전달 방식이나 태도에 문제가 없는 이상 군 규정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남 총장의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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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중구보건소를 찾아 수도권 역학조사 지원 임무를 수행 중인 특전사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2020.12.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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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주임원사는 장교와 서로 존대하는 게 일반적인데도 존칭을 하는 것에 감사하라는 참모총장의 표현에 잔뜩 뿔이난 모양새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으로부터 듣는 반말은 인권침해라는 생각도 기저에 있어 보인다.

주임원사는 부사관의 대표격으로 통상 해당부대에서 군 복무기간이 가장 긴 원사가 맡는다. 젋은 위관급 장교와는 많게는 30살 이상 나이차가 나기도 한다. 이를 고려해 계급상으로는 장교가 더 높아도 서로 존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모를 일 없는 남 총장은 왜 주임원사들과 회의에서 반말 주제를 꺼내들었을까? 발언 배경에는 최근 늘어나는 군 하극상 문제가 작용했다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주장했다.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신 의원은 17일 입장자료를 통해 "남 총장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파악한 결과, 최근 각급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거나 명령 불복종하는 하극상이 잇따르는 상황을 우려해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없다'면서 상명하복과 군 기강 확립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군에서 대(對)상관 범죄, 이른바 하극상 범죄는 최근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국방부와 각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내 하극상 범죄는 Δ2016년 118건 Δ2017년 226건 Δ2018년 229건 Δ2020년(상반기) 129건 등으로 집계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모욕사건(79.2%)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 폭행·협박, 상해, 명예훼손 순이었다.

특히 부사관이 가해자인 하극상 범죄는 5년간 226건으로, 병(617건)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이번 반말 논란을 계기로 장교와 부사관의 역할과 책임을 정립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사실 논란이 많다"면서 "국방부는 각군과 논의하에 우리 군의 중추인 장교와 부사관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명료하게 정립해 나가겠다"고 했다.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장교의 책무는 '군대의 기간'으로 통찰력과 권위를 갖추는 것이고, 부사관의 책무는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장교와 부사관의 책임과 임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군이 목표로 하는 기술집약형 구조 정예군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병력감축으로 간부(장교+부사관)의 비율은 지난해 35.9%에서 오는 2025년이면 40.4%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장교와 부사관의 갈등 아닌 협업이 갈수록 중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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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20.1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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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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