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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동물 학대 의심받던 트럭 속 ‘경태’, 명예 택배기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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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택배기사 A씨가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된 경태의 모습. [사진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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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물건들 사이에 강아지 혼자 있는데 너무 위험해 보여요. 이거 신고해도 되는 거 아닐까요?”

지난달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배기사가 키우는 반려견이 트럭에 방치됐다며 동물 학대를 의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글쓴이가 올린 사진 속 강아지는 매우 깔끔한 모습으로, 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네티즌은 “택배기사님이 자식처럼 아끼는 강아지인데 무슨 근거로 학대라고 하시는 거냐”며 “차에서 기사님이 내리면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배달 다니실 때만 물건 두는 쪽에 있는 거다. 동네 사람들 다 좋아하는 강아지”라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처음 글을 올린 이는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사진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것과 실제상황은 다를 수 있다”며 “동물단체에 상담 문의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이 더 큰 관심을 받자 동네 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자신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밝힌 이들은 “글쓴이가 택배기사님께 갑질하다가 분을 못 이겨서 괴롭히는 것”이라며 “계속 이런 글 올리면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동물 학대 의심 글은 모두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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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A씨가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된 경태의 모습. [사진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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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근무 중인 A씨에 따르면 반려견을 처음 만난 건 2013년 장마철이었다. 누군가 버린 듯한 강아지는 심장사상충 말기였다고 한다. A씨는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시켰고, 지극정성으로 돌본 덕분에 강아지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강아지의 이름은 ‘경태’다.

하지만 한번 버려진 기억 탓인지 A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경태가 너무 울부짖어 택배 차량에 태우고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차량 이동 시에는 조수석에 태우고, 물건 배송할 때는 서로가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짐칸에 뒀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CJ대한통운은 A씨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보냈다.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고, 경태만을 위한 옷과 케이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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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A씨가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된 경태의 모습. [사진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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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 18일 오후 늦게 “경태 아부지 또 들렀다”며 “본사에서 경태에게 선물을 보내주셨는데, 혼자 보기에는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서 감사한 분들께 공유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에는 파란색 점퍼와 모자를 쓴 경태가 웃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간식 열심히 흔들어 경태의 웃는 모습을 찍었다”며 “사실 힘들었다. 모든 부모님 존경한다”고 적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날도 추운데 수고 많으시다” “경태가 우리 집에 택배 갖고 오면 수제 간식으로 모시겠다”며 A씨와 경태를 응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유기견을 돌보는 택배기사분의 훈훈한 사연을 접하고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다”며 “고생하시는 기사분께 기쁨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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