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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바이러스가 집어삼킨 2020년… 일상은 무너지고 빚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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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만분의 1㎜. 작은 바이러스가 집어삼킨 2020년은 '사라진 해'였다. 모든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직장인들도 집에서 컴퓨터를 켰다. 외식과 회식은 물론,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떨던 평범한 일상이 사라졌다. 한 해 낙이었던 해외여행은 현실엔 다시 없을 꿈처럼 아득하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무너진 여파로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대출 잔고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 달 백신과 치료제 투여가 시작되지만, 모두가 잃어버린 일상을 언제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1280명을 잃었다

20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총 7만3115명으로 늘어났다. 1년만에 전국적으로 128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한민국의 K-방역은 전세계 이목을 끌었다. 신속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ment)로 이어지는 3T 전략과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와 같은 새로운 검사 시스템을 만들어내며 탄탄한 방역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1년간 헌신적으로 버텨온 의료계의 노력과 국민들의 참여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마스크 착용률은 99%로 전세계 독보적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덕분에 국경 봉쇄나, 락다운 없이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3번째로 낮은 확진자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은 여러번의 고비를 맞았다. 지난 2월18일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1차 유행의 시작이었다. 대구 신천지예수교 예배당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는 열흘만인 2월28일 하루 909명까지 급증했다.

2차 유행은 확진자수가 한창 줄던 5월초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병했다. 돌이켜보면 국내 확진자수를 막을 기회는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국내 발생 환자가 마지막으로 0명을 기록했던 5월4~6일 3일간이 지나고 위기는 곧바로 찾아왔다. 이 때부터 국내 유행을 주도했던 S형과 V형이 사라지고 확산 속도가 6배 빠른 GH그룹의 유행이 시작됐다.

가장 큰 위기는 11월13일 시작됐다. 10월12일 추석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섣불리 1단계로 낮춘 것이 문제가 됐다. 하루 평균 100명 내외로 유지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2월 25일 하루 1240명까지 급증했다. 요양병원과 구치소 등 집단시설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한달간 누적 사망자도 1000명을 넘었다.

주목을 받던 K방역이 무너진 것도 이 때부터다. 환자 발생 속도가 역학조사 속도를 앞질렀고, 병상 부족으로 인해 사망자가 급증한 3차 유행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년간 가장 힘들었던 일애 대한 질문에 "방역과 일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적절하게 조치하고 경제와 방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는 일이 어려운 숙제였다"고 답했다.

◆성장률은 최저, 부채는 최고

지난 1년, 코로나19가 남긴 여파는 혹독했다.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1.1%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부도 확률도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2008년 이후 최대 오름 폭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타격이 컸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원으로 전년 대비 16% 가량 늘었다. 특히 매출 감소폭이 컸던 도소매, 음식, 여가 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가계 빚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민간 부문의 신용(가계·기업의 부채)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11.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5%포인트 높아지며, 관련 통계 내기 시작한 197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계 부채는 3분기 말 1682조원으로 1년 전보다 7%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 대출이 각 7.2%, 6.8% 증가했다. 처분 가능 소득은 1년 동안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71.3%로 높아졌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유동성 위험가구와 상환불능가구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위험과 상환불능에 동시에 처한 복합위험 가구 비중은 지난해 2월 0.4%에서 2021년 2.0~2.2%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들 복합위험가구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해소된 이후에도 재무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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