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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취재후 Talk] 이재명 지사에겐 측근 발언도 '가짜뉴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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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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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모든 도민에게 일괄적으로 10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재난소득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지사가 이와 관련한 TV조선 보도를 강한 톤으로 비판한 글을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참 못된 조선일보..뉴스조작 그만>
(추후 '조선일보'는 'TV조선'으로 수정)이란 제목의 글인데, TV조선의 재난소득 기자회견 취소 관련 보도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 지사가 문제삼는 건 기사 제목의 "당 의식 안해"라는 부분.

-최초 보도의 제목-
<이재명, 내일 재난소득 기자회견 취소…"대통령 회견 때문에 연기, 당 의식 안해">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민주당의 당원으로 당의 공천을 받아 경기지사로 당선되어 일하는 주요당직자인 제가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TV조선의 이번 조작기사는 당원을 가장한 분열세력의 갈라치기 소재로 악용될 것이고 TV조선 역시 그와 같은 기대로 조작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선 이 지사는 "당 의식 안해"라는 부분을 자신의 발언인 것으로 인식했지만, 기사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당 의식 안해"라는 부분은 '대통령 회견 때문에 연기'라는 내용과 함께 분명히 '…' 표시 뒤에 등장한다. 그러니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경기도의 입장인 것이다.

가운데 점 3개 약물은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을 구분할 때 사용된다. 하나의 제목에 결이 다른 내용을 붙여서 쓸 때 이 약물을 사용하며 이는 TV조선 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가 쓰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큰 따옴표 안의 내용은 경기도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도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이 지사가 주장한 '조작'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TV조선은 경기도가 재난소득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사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지사가 지난해 말 영입한 2급 정무직 참모와 통화했다.

본 기자는 "혹시 민주당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은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경기도가 회견을 연기하는 이유로 내세운 건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과 겹치기 때문이라는 건데, 대통령 일정은 이미 한참 전에 잡혀 있던 것인데다 당내에서도 경기도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강하게 반발해 왔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김두관 의원도 페이스북에“김종민 최고위원이 경기도 자체의 두 번째 재난지원금을 지적한 것은 시의적절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3차 대유행이 지날 때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앞서 정세균 총리도 지난 7일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지혜를 모을 때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건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참모는 "당의 비판 목소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설 전에 재난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이 지사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를 고려했을 때 회견은 주중에 다시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참모의 말은 당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이 지사의 뜻대로 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가 분명했던 것이다.

또 "취소가 아니라 사실상 연기라고 봐야겠네요"라는 질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맞을 듯요"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서 쓴 게 아니라, 이 지사 참모의 발언을 줄여서 제목으로 옮긴 것이다.

TV조선

/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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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측근 발언 보도가 '뉴스조작'인가

당 대표나 자치단체장,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비서실장과 여러 명의 특보, 대변인 등의 참모진을 둔다.

일정이 많고, 끝없이 메시지를 내야 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보좌진을 두는 이유는 혼자서 모든 메시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들은 측근 인사나 대변인의 말을 정치인 본인과의 조율을 거쳐 나온 말로 받아들인다.

1300만 도민을 이끄는 경기지사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지사는 해당 페북글을 쓸 당시 자신의 핵심 참모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뒤늦게 참모의 발언이었다는 걸 보고받았다고 다른 측근은 전했다.

다만 이 지사의 의견을 존중해 본 기자는 해당 기사의 제목 일부를 수정했다.

<이재명, 내일 재난소득 기자회견 취소..."대통령 회견 겹쳐 연기, 지급할 것">(수정한 기사 제목)

TV조선은 핵심 참모와 통화한 내용을 이 지사의 다른 측근 인사에게 설명했고, 그 인사는 관련 내용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다른 측근은 TV조선에 "해당 참모가 좀 강하게 말한 부분이 있다. 지사님은 당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리는데, 해당 참모가 이런 부분을 잘 반영안한 걸로 보인다. TV조선에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TV조선은 "전후 맥락을 보면 이 지사가 자신의 측근이 한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페이스북 글을 올린 듯 하고, 뒤늦게라도 내용을 파악했으니 정정이나 삭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다른 측근은 "전후 상황을 모두 보고했지만, 이 지사가 글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 지사는 TV조선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1시간쯤 지나 <"저는 자랑스런 민주당 당원입니다">라는 글도 올렸다.

그리고 오늘은 전 경기도민에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지사가 왜 TV조선의 보도를 '조작'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비판했는지, 자신의 측근이 한 말을 보고 받고도 그 거친 표현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할 따름이다. / 윤태윤 기자

윤태윤 기자(yck1004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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