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나 세균 등 감염 과정 확인 가능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고해상도로 박테리아의 섬모와 분자단위 관찰이 가능하다. 카이스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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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가 액체 속에서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정확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은 바이러스를 급속 냉동해 정지된 물질의 구조적 정보만 얻지만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팀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내 물질들의 분자 및 원자 단위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흑연에서 탄소 원자막을 벗겨내 만드는 그래핀은 전도 및 강도, 탄성 등이 높은 소재다.
전자현미경으로 액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 그러나 액체는 진공에서 쉽게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기존에는 액체를 건조시키거나 급속 냉동해 정지된 상태로 관찰하는 초저온 방식이 사용됐다.
이에 연구팀은 액체의 증발을 막을 수 있는 그래핀을 투과막으로 이용해 액체가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정밀 관찰이 가능하도록 했다. 2012년 개발한 그래핀 보호막으로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이용해 전자현미경에 쓸 수 있는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만들었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의 모식도. 원자 단위 두께의 얇은 그래핀을 투과막으로 이용해 액체 내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내부에 있는 액체 수로를 통해 액체의 공급과 교환이 가능하다. 카이스트 제공 |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높은 압력을 견뎌 액체의 증발을 막을 수 있다. 또 원자 단위 정도로 두께가 얇아 액체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하고 박테리아를 염색 과정 없이 온전히 관찰할 수 있다. 육종민 교수는 "예전에는 액체를 관찰하기 위해 그래핀 보호막을 수제작으로 만들었다면, 이번엔 칩으로 구현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섬유화(몸속의 여러 단백질이 특정한 생리적 작용을 통해 커다란 덩어리를 형성)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기존 기술로 관찰할 수 없었던 현상을 확인하고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먼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을 찾는 데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육 교수는 "아밀로이드 섬유화로 노인성 질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덩어리가 어떻게 뭉치고 커지는지 그 과정은 밝혀진 것이 없다"며 "발병 원인이 불명확한 알츠하이머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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