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정부 출범]
<2>동북아 새판 짠다 - G2 갈등 고조
"대만은 전략적 요충지" 美 강경태도 바뀌지 않을 듯
인권문제 등 압박도 유지···中은 군사력 키우며 반발
美, 韓에 '쿼드참여 요구' 무게···가입땐 中보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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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호 명령을 통해 “강군 사상을 관철해야 한다”며 “전쟁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실전화 훈련 수준과 승전 능력을 전면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전쟁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1차적으로 대만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상황이라는 점에서 홍콩과 대만 등 공산당 지도부가 핵심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건드리지 말라는 차기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제안할 정도로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9일에는 미 국무부가 관료들의 대만 접촉 제한을 폐지하기도 했다. 첨단 기술 봉쇄를 넘어 중국의 마지노선인 대만까지 건드린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접근 방식이 트럼프 때와 비교해 세련되고 예측 가능해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 펼쳐온 정책적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뒤로 의회도 중국에 강경하다”며 “돌릴 수 없는 길이며 오는 2023년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바이든은 중국에 약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 정도다. 특정 기술과 무역,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는 중국이 일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대만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다르다. 중국은 일본과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를 잇는 선을 제1도련선으로 삼고 그 안에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신의 영해처럼 만들려고 한다. 대만은 그 핵심 축에 있다. 확률은 낮지만 군사 충돌 가능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앞으로 중국과 미국의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뤄질 수 있다”며 “동아시아의 알자스로렌인 대만에서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동부, 라인강 서쪽에 위치한 알자스로렌은 전략적 요충지로 프랑스와 독일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퉜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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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만의 경우 일국양제 약속이 무너진 홍콩의 상황을 보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만 문제가 미중 양국 관계를 흔드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 데이터 업체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2,610억 달러로 미국(7,320억 달러)의 35.7%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2대의 항공모함을 운용 중인 중국은 2035년까지 4대를 더 건조할 계획이다. 호주국립대의 웬티성 객원교수는 “바이든이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대만은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열쇠”라며 “바이든 시대에도 대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는 미중 갈등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중국 인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을 ‘불량배(thug)’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북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려워지고 한국도 미국의 대중 압박 노선에 동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쿼드의 확장판인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청할 경우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 강경책을 쓴다고 생각해야 하며 한국 정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협의체를 통해 반중 전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혼자라면 중국이 보복하겠지만 다자 협의체를 통하면 중국이 한국만을 콕 짚어 보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북한이 변수다. 우선 바이든 당선인은 다음 달 5일 효력이 만료되는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을 원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항공자유화조약’을 탈퇴했다. 러시아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는 게 현안일 것이라고 보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북한은 북핵 협상의 진척 여부에 따라 언제든 도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김인엽기자 뉴욕=김영필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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