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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홈리스·수형자·장애인, 돌봄·택배 노동자…복지 취약성 드러낸 한국 사회 ‘약한 고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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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으로 감염 위험

콜센터 노동자 무더기 확진

가족에 의존한 돌봄도 문제

[경향신문]



경향신문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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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수형자, 장애인, 돌봄·택배·콜센터 노동자…. 코로나19는 지난 1년간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드러냈다. 폐쇄병동, 구치소 등 ‘3밀(밀폐·밀접·밀집) 시설’에서 머물던 이들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열악한 수용 실태가 주목받았다. 콜센터 노동자가 집단 확진을 받고, 택배기사가 쓰러지자 이들이 처한 노동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홈리스와 장애인이 더욱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며 가족과 민간에 의존해온 복지의 취약성이 재조명됐다.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지난해 2월20일 경북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발생했다.

입원 환자 102명이 확진됐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이곳 환자들은 환자 인식표가 없어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고, 침상이나 개방 가능한 창문 없이 다인실 온돌방에서 지내는 등 열악한 진료 상황에 놓여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치소나 교도소의 과밀수용 실태도 조명됐다. 지난해 11월27일 직원이 처음 확진된 뒤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19일 기준 1223명을 기록했다. 전국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로 3명이 사망했다. 교정당국은 즉시 수용자 밀집도를 낮추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구치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뒤늦게 전수검사를 하거나 확진자·비확진자를 한 방에 수용하는 등 미흡하게 대응한 사실도 드러났다.

비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도 무더기로 확진받았다. 이전에도 감기, 눈병 등 전염병이 유행하는 일이 잦았지만 코로나19 와중에 콜센터의 업무는 더 늘어났고, 재택근무는 이들의 선택지에 없었다.

서울 구로콜센터 첫 확진자는 출근 뒤 오후 4시쯤 이상 증상을 느꼈지만 오후 6시까지 일을 마치고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시작으로 170명이 확진받았다. 서울 첫 코로나19 사망자는 콜센터 직원의 가족이었다.

거리 두기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며 택배노동자들은 늘어난 물량에 생명을 위협받았다. 전국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과로사한 택배 관련 노동자는 16명이다.

택배업계는 지난해 10월 말 심야 배송 중단, 차량·인력 확대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만 택배노동자 3명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해 6월 광주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선 3월에도 제주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가 숨졌다. 장애인이 이용하는 복지관 등이 휴관하고, 활동지원서비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돌봄 부담이 가족들에게 몰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22일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 5명 중 1명이 직장을 그만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홈리스들은 방역을 이유로 먹을 곳과 치료받을 곳을 빼앗겼다. 취약계층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던 민간 급식소들이 문을 닫았지만 공공 급식소는 방역을 이유로 문턱을 높였다.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는 지난해 9월13일 방역을 이유로 조식 제공을 중단했다. 빈곤단체들은 “종교·민간단체의 자선과 시혜에 의지해 적절한 공적 급식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복지행정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홈리스가 이용하던 공공병원 6곳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이들이 갈 수 있는 의료기관도 줄었다.

홈리스가 재활치료를 받다가 퇴원당하거나,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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