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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성비·인종 균형 맞춰 ‘미국답게’…백악관에 과학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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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첫 인사 분석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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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인사 26명 중 12명이 여성…유색인종은 정확히 절반
기후변화 등 다루는 과학팀 신설해 트럼프 ‘비과학’과 결별
요직엔 오랜 측근인 백인 남성들 앉혀 ‘오바마 2.5기’ 비판도

대통령의 첫 인사는 새 정부의 성격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을 임명하느냐, 어떤 자리를 신설하느냐가 대통령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첫 인사에도 그의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 흑인·원주민·성소수자 장관 등 다양성을 추구했지만 믿을 만한 자리에는 오래 손발을 맞춘 베테랑을 기용했고,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바이든 정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을 닮은 내각을 꾸리겠다”는 것이 바이든의 공약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상원 인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대로 확정된다면 트럼프 정부는 물론 오바마 정부보다도 다양한 구성을 갖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관급 인사 26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미국 라디오방송 NPR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성비 균형이 비슷해진 정부”라고 분석했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유색인종은 13명으로 정확히 절반이다. CNN은 “바이든 정부는 백인과 남성 중심이었던 트럼프 정부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유색인종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최초로 기록된 인사도 많다. 카멀라 해리스는 여성으로서도, 흑인으로서도 첫 부통령이다. 로이드 오스틴은 첫 흑인 국방장관, 데브 할랜드 내무장관 지명자는 첫 원주민 출신 장관이 된다. 내무부는 역사적으로 원주민 탄압을 주도했던 부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재닛 옐런은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첫 성소수자 장관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변인 등 백악관 공보라인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됐다.

새로 만든 자리도 있다. 바이든은 백악관 산하 국가안보회의(NSC)를 확대개편하고 ‘대통령 기후특사’에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아시아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를 지명했다. 기후변화 정책과 대중 정책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바이든 정부의 인선 과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워싱턴포스트에 “역대 민주당 정부보다 훨씬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SC에는 글로벌 보건, 국제인권과 민주주의, 사이버와 신기술 담당 선임국장직도 신설됐다.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에도 신경썼다. 백악관에 코로나19 위기와 기후변화 문제 등을 다룰 과학팀을 꾸리고 과학담당보좌관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바이든은 “이 팀은 오직 과학과 진실만을 토대로 일한다”고 밝혔다. AP통신과 NBC 등은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문제를 ‘가짜뉴스’처럼 치부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CNN은 “모두가 취임식 날을 코로나19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을 속임수라고 외쳤던 트럼프 정부의 비과학적 태도와 깨끗이 결별하는 날로 손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움을 강조했지만 진짜 바이든 정부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때 그 인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바이든의 오래된 최측근들이다. 톰 빌색 농무장관과 비벡 머시 보건총감은 오바마 행정부 때와 같은 보직을 다시 맡았다. 바이든은 당선 후 “오바마 3기라는 말은 나오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발표된 인사를 보면 ‘오바마 2.5기’ 정도는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유색인종 여성 대부분을 비교적 낮은 수준의 직책에 배치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직책은 나이 많은 백인 남성들에게 맡겼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일부 주요 보직에 공화당 측 인사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탕평인사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한편 공화당이 코로나19 위기와 워싱턴 의사당 난입 사태 수습 등을 이유로 상원 인사청문회 일정을 늦추면서 바이든 정부는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에야 국방장관, 재무장관, 국토안보장관, 국무장관 등 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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