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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민식이법’ 무색… 스쿨존 74%가 ‘불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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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어린이보호구역 실태 조사

동아일보

안 보이고… 안 지키고… 경기 김포시의 한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 제한속도 노면 표시가 지워진 모습(왼쪽 사진). 의왕시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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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에 있는 A초등학교 앞. 학교 주변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암적색으로 포장된 도로가 거의 다 벗겨져 스쿨존 여부를 식별하기 어려웠다. 왕복 2차로 주변에는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 20여 대가 빼곡했다.

스쿨존에서는 차량 속도가 시속 30km 이하로 제한되고 주정차도 하면 안 된다. 도로 노면과 스쿨존 주변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등의 교통안전시설물도 선명하게 보여야 한다. 한 학부모는 “학교 주변에 다세대주택의 차량이 불법으로 주차를 한다. 아이들 등하교 때 시야 확보를 못 해 사고가 날까 항상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초등학교 345곳의 스쿨존 내 시설물을 살펴본 결과 교통안전표지판과 스쿨존 노면 표시 등이 완벽히 설치된 곳은 90곳(26.1%)에 불과했다.

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어린이보호구역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3월 도로교통법 시행령(일명 민식이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권순신 경기도 감사담당관은 “경기지역 스쿨존 교통사고는 2017년 75건, 2018년 87건, 2019년 9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을 뒀다”고 감사 취지를 설명했다.

도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24일까지 시민감사관 10명과 함께 사고율과 사고위험도, 사고증가율이 도내 평균값보다 높은 동두천시 등 12개 시군의 초등학교 스쿨존 현장 345곳을 28회 나가서 살펴봤다. 안전펜스 설치 여부와 노면 표시 관리상태, 불법 주정차 여부 등 어린이보호구역 표준 점검 매뉴얼 14개 항목을 활용해 미비한 것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345곳의 스쿨존 중 73.9%인 255곳에서 790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교통안전표지판이 부착되지 않거나 식별이 안 되는 경우가 310건(39.2%)으로 가장 많았고 도로에 제한속도 표시가 지워진 곳 등이 297건(37.6%), 불법 주정차 차량은 121건(15.3%)이 발견됐다. 도 관계자는 “동두천시(11곳)와 과천시(4곳)의 모든 스쿨존에는 문제점이 한 가지 이상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실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안양시와 동두천시 등 일부 시군은 일반도로 과태료보다 2배로 가중해 과태료 8만 원을 물리도록 한 현행법을 위반해 적발된 운전자들에게 4만 원만 부과했다.

도내 31개 시군에서 최근 3년간 스쿨존 내 과태료 부과 건수는 27만2746건(176억3600만 원)이었지만 이 중 32.7%인 8만9230건은 일반도로 기준으로 4만 원만 과태료를 부과했다. 덜 부과된 금액만 34억3700만 원이다. 도는 과태료를 덜 부과한 시군에 기관 경고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김상팔 경기도 감사기획팀장은 “3월까지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단속 기준을 마련하고, 교통안전표지판이 없거나 노면 표시가 없는 곳에 대한 보완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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