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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정의용-블링컨, ‘2018년 봄의 기적’ 다시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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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미 국무장관 내정자

“북핵 정책 한·일 등 동맹들과 상의할 것”


한겨레

그래픽_고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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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정의용 외교부 장관 카드’를 뽑아 들었다. 2018년 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을 일궈냈던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재기용해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이라는 난제 해결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정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이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또 “외교 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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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8일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북-미 정상회담 성사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 오른쪽은 조윤제 주미대사.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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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명대로 정 후보자는 2018년 3월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4시간12분 면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한 뒤, 이 사실을 미국에 전해 그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정 후보자가 그해 3월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어둑해진 백악관 앞뜰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알린 순간은 한국 외교사의 ‘명 장면’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2018년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출발점 삼아 대화를 재개하길 바란다고 밝힌만큼, 싱가포르 회담의 ‘산파’였던 정 후보자에게 다시 한-미 간 대북 정책의 조율을 맡긴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 정 후보자의 대화 상대(카운터 파트너)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등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대북 접근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온데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싱가포르 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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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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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지명자는 지난해 10월 미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악의 독재자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았고, 준비 없는 텅 빈(empty) 세번의 정상회담을 했다”고 꼬집으며 “우리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 긴밀히 연대하고,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도록 요구해 북한을 교섭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도했던 ‘톱다운’ 방식의 양자대화보다 한·중·일 등과 협력하는 다자적 접근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19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선 한·일 등 동맹국과 상의하면서 북한에 대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밝혔다. 그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핵심 동맹을 재활성화해 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러시아·이란·북한이 제기한 위협에 대응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훨씬 더 나은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 등에 ‘검증된 동결’을 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를 하는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엔 “북한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과 정책에 대해 우리는 검토해야 하고, 검토할 생각이다. 이는 역대 행정부를 고통스럽게 한 어려운 문제이다. 이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고 실제로는 더 나빠졌다. 우리가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지 북한에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데 효과적일지, 다른 외교적 계획이 가능할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특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나머지와 긴밀히 상의하고 모든 권유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에서, 또 비슷한 상황에 처한 곳에서 우리는 그 나라의 국민에 대해 분명히 유의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지 방정식의 안보적 측면만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도 유의하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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