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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미·중 갈등 고조로 한국 경제·외교 샌드위치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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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020년 12월1일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이 델라웨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열런 전 의장은 "환율조작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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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강경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나라에 미칠 충격파가 우려된다.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이 혼합된 애매한 바이든의 신(新)통상정책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 요인이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동맹 강화, 다자주의 복원은 수출 중심의 우리에겐 기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중심주의와 대(對)중국 견제 지속, 수입국의 환경·노동기준 강화 등은 리스크다. 외교 분야 역시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견제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제 및 외교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간 편가르기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한손엔 '다자무역', 다른 손엔 '보호주의'
20일 연구기관 전망 및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바이든 정부는 한손에는 자국 중심주의, 다른 손에는 보호무역을 쥐고 대중국 견제와 자국 공급망 구축을 병행하는 통상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 요인부터 보면, 바이든 정부 초기 예상되는 동맹국에 대한 일부 무역규제 완화 조치는 우리 수출에 긍정적이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바이든 정부 출범을 두고 "트럼프주의(Trumpism)는 지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경제·통상 정책에서 미국 중심주의의 본질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핵심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이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을 "끔찍한 인권침해"의 책임을 진 나라로 지목하면서 대중 강경 노선을 피력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이 불법 보조금과 덤핑, 지식재산권 도둑질, 무역장벽 등을 동원해 "미국의 기업들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 지명자는 "중국은 분명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라면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우리의 동맹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공세 속에서 한국도 양국간 선택 기로에 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기업의 대미 투자 제한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에 안보위협 등을 이유로 중국해양석유(CNOOC), 샤오미 등 9개 업체를 블랙리스트(미국의 신규 투자 제한)에 추가했는데, 이를 당장이 수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대만계 미국인이자 대중국 강경론자인 캐서린 타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 무역고문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한 점도 대중국 압박 기조를 상징한다. 다만 대중국 견제 방식은 트럼프때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관세를 매겨 굴복을 요구하는 '무역전쟁'이 아니라 WTO를 활용하며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 압박 수위를 높이는 우회 방식이 유력하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중국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불공정 무역거래 관행에 대해 동맹국과 연대해 공동 압박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가 미국·중국 사이의 균형적 통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문종철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해득실의 정밀한 계산이 요구된다"고 했다.

■미·중간 외교 갈등 곤혹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은 미국에게 가장 중대한 도전과제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이 옳다"고 밝혔다. 블링컨 지명자는 "많은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한 방식에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기본 원칙은 올바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신정부에서 외교안보 수장을 맡게될 블링컨 지명자의 이번 발언은 대중 강경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미중갈등은 앞으로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 끊임 없는 갈등 양상은 한국 외교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자주의와 동맹강화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는 미중갈등 기조 속에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앞으로 더욱 다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최근 한국에 유화적 자세를 취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장 먼저 찾을 나라는 한국이라며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전선에 편입될 경우 입장을 180도 바꿀 수 있다.

특히 중국은 경제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 등에서도 중요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와 외교안보에 부담을 주며 '한국 때리기'에 나선다면 정부로선 난처할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미중갈등 속에서 외교부를 중심으로 외교전략조정회의를 구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해법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한국의 입장이 '샌드위치'처럼 낀 만큼 별다른 선택지나 대안 마련에는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강중모 기자

skjung@fnnews.com 정상균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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