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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묻지마 증원' 공무원 110만명…울산 인구보다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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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110만명 ◆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소상공인 등 사회 전반에 일자리 위기가 몰아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만 '나홀로 고용 호황'을 자랑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매년 3만명씩 국가·지방직(소방·경찰 포함)이 증원되면서 임기 말 공무원은 12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번 늘어난 공무원은 위기가 끝나도 쉽게 줄이지 못하고, 연봉뿐만 아니라 퇴직 후 연금까지 챙겨줘야 해 국민의 주머니를 궁핍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현 정부는 당장 일자리 늘리기와 선거 대비에 급급해 공무원 증원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비대한 공직사회는 특히 기업과 창업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우수인재까지 흡수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20일 인사혁신처 인사혁신통계연보와 정부의 공무원 채용 계획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까지 공무원은 12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공무원은 111만3878명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국가·지방 공무원을 합쳐 매년 약 3만명씩 증원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임기 말인 2022년 공무원은 120만명에 도달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울산 인구가 약 113만명인데, 공무원 수는 지난해부터 이미 울산시 인구를 뛰어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8~2020년 3년간 공무원은 약 9만1000명 늘었다. 이명박정부(1만134명)와 박근혜정부(3만9918명)에서 늘어난 공무원 규모를 이미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대통령 공약 달성을 위해 '묻지마' 공무원 채용에 매달리는 것은 국민들에게 향후 수십 년간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문 대통령의 공약인 17만4000명을 9급 공무원으로 순차 채용하는 것을 가정해 추산한 결과 향후 30년간 328조원(공무원연금 부담액 제외)의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공약에 매달려 공무원 늘리니…기업 옥죄는 규제만 늘어"


민간 일자리 폭망했는데…공직만 '고용호황'

비정규직 직고용·공공일자리…
공무원 전 연령대 고용 증가

인구 2배 이상 많은 일본보다
OECD기준 공무원 비중 높아

행정硏 "행정수요 줄어드는데
미래세대 부담만 늘어날 것"

매일경제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채용이 급증해 전체 공무원이 110만명에 육박했다. 20일 정부서울청사 출구가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는 공무원들로 붐비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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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채용 확대, 노인 일자리 사업 지속,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으로 현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유례없이 폭증했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 기업의 생산적 일자리는 정치권의 반기업 정책으로 갈수록 위축되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로 창업 열기가 식어가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에 행정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데 공무원 수만 늘어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만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만 커진 셈이다.

20일 통계청의 2019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의 연령별 일자리를 보면 29세 이하에서 3만4000명, 30대에서 2만3000명이 각각 증가해 청년 고용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서 1만4000명, 50대에서 4만3000명, 60대에서 3만7000명이 늘며 전 연령대에서 고용이 확대됐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공무원 신규 채용 확대와 청소·건물관리 등 외부 용역 직고용,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에 기인한다. 특히 전년 대비 늘어난 전체 일자리 15만1000개 중 50대 이상 일자리가 8만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고용동향에는 '고용 참사' 수준의 민간부문 고용 실적이 나타나 있다. 20대(-14만6000개), 30대(-16만5000개), 40대(-15만8000개), 50대(-8만8000개) 등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급감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일자리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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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부문 일자리 충격을 공공부문에서 완화·흡수하려는 고민 없이 대통령 공약 달성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IMF 이후 최악의 고용대란에서 20·30대는 물론 고졸 취업자도 바닥을 찍었다"며 "청년 고용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으로도 한국의 공무원 규모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 일자리를 중앙·지방 정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일자리를 합해서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정부 일자리는 397만8000개로 전체 인구 대비 3.15%다. 반면 한국은 222만개(2019년 기준)로 전체 인구 대비 4.28%에 해당한다. 이 숫자는 공기업 고용인원은 제외한 수치다. OECD에서 제공하는 총 취업자 대비 공무원 일자리 비중 통계를 봐도 일본은 2017년 기준 5.89%인 데 반해 한국은 8.1%(2019년 기준)로 훨씬 높다.

국가 행정 수요 및 사회 변화라는 중장기적 고려 없이 채용 확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기 행정 수요를 고려한 정부 기능 및 인력 전망'에는 정부의 기능별 중기 행정 수요와 인력 소요 전망이 제시돼 있다. 그 결과 일반행정(-16.6%), 경제산업(-9.5%), 교육문화(8.1%) 분야의 행정인력 수요가 대폭 감소하고 사회복지(29.1%)와 국가안전(13.2%) 인력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5대 분야 중 3개 분야에서 행정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점을 볼 때 기능별로 배치된 공무원 인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처 기능이 중복 배치되지 않도록 협업이 가능한 부분은 기능을 새로 덧붙이기보다 협업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행정 수요에 맞는 인력 관리는 도외시하고 공약 달성에 따라 인원을 늘리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용을 늘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다 보니 정부 운영 효율성에서 마이너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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