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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바이든 '1호 정책' 이민법, 시작부터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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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에 체류 자격 부여하는 이민법
공화 "수도 틀어놓고 바닥만 닦는 격" 반발
한국일보

바이든 당선인이 19일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 뉴캐슬 주방위군 사령부 앞에서 고별연설 도중 델라웨어의 아들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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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선서 직후 의회에 보낼 ‘1호 정책’은 바로 이민법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 체류 자격을 주고 종국엔 미국 시민으로 흡수하는 것이 목표다. 한 마디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을 뒤집겠다는 발상이다. 파급력이 큰 만큼 공화당에선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걸음부터 온통 가시밭길이다.

새 이민법을 대하는 공화당과 보수세력 내 기류는 비판 일색이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집단 사면’”이란 격한 반응까지 나온다.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은 19일 “안전 장치도 없고 조건도 없는 대규모 사면은 재고할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는 안건이 많겠지만 불법 이민자 사면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보수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CIS)의 마크 크리코리언 소장 역시 “과거 이민법은 최소한 수도꼭지는 잠그고 넘쳐나는 물을 닦아내는 조치였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법은 수도꼭지는 열어둔 채 걸레로 바닥 물을 닦는 격”이라고 혹평했다.

새 이민법은 미등록 불법체류 이민자들의 시민권 획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신원 조회를 통과하고 납세 등 기본 의무를 지키면 5년 동안 임시 신분증이나 영주권을 받게 된다. 다시 3년 뒤엔 귀화 절차를 밟아 정식 미국 시민이 되는 식이다. 이른바 드리머(Dreamer)라 불리는 불법체류 청소년들에게도 절차를 간소화해 재학 사실이 입증되면 즉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법과는 별개로 취임 열흘 안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장벽에서 이산가족 상봉 절차를 시작하고, 장벽 건설 중단 행정명령도 내릴 예정이다.

물론 반발 여론을 신경 쓴 흔적도 엿보인다. 법안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미국에 거주 중인 불법 이민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기대어 미국으로 밀려드는 중남미 이주민 ‘캐러밴’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도 법안 통과는 요원하다. AP통신은 “공화당이 요구하는 국경 보안 강화 대책이 빠져 협조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CNN방송도 “이전에도 이민법 통과가 좌절된 사례가 많았는데, 트럼프 집권 기간 공화당에는 반이민론자들이 더 많아졌다”며 의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1호 정책부터 삐걱거릴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지우기’ 작업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법 제출을 시작으로 취임 당일에만 17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거비를 내지 못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이슬람국가 국민 미국 입국금지 폐지, 파리기후변화 협약 재가입, 공공기관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이다. 하나 같이 공화당이 허투루 넘어가 줄 내용은 없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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