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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하나된 미국’ 첫발 뗀 바이든… “치유하려면 기억해야” [美 바이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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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스케치

세인트매슈 성당서 일정 시작

공화당 매코널·매카시도 참석

‘초당적 화합’ 의지 메시지 보내

‘폭력 사태’ 의사당 무대서 선서

공식적인 정권 이양 행사 마쳐

워싱턴 내셔널몰, 축하객 대신

주방위군이 통제 ‘이색 풍경’

세계일보

조 바이든(왼쪽)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부인 질 바이든이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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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전 8시45분 여야 지도부와 함께 워싱턴 세인트매슈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취임 당일 일정을 시작했다.

마침 이날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됐다. 누적 사망자만 40만명을 훌쩍 넘어선 암울한 현실을 감안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워싱턴으로 떠나며 “어두운 겨울에 임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미사에서 그는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국의 앞날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기원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통상 취임식 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앞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존 F 케네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다 보니 성당을 택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미사에 함께했다.

‘초당적 화합’을 상징하듯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대선은 물론 전임 정부 내내 극심하게 대립하며 ‘어두운 겨울’을 촉발한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들과 나란히 단합 메시지를 발신하며 ‘미국의 통합’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의사당 서쪽 야외무대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도착, 낮 12시 취임선서와 연설을 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정권 이양 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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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희생자 추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부터),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 링컨기념관 근처 반사의 연못에서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수면에 비친 희생자 애도 불빛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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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의회 난입사태로 5명이 희생된 바로 그 장소에서 새 대통령으로서 비전을 발표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 서서 ‘링컨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자 행사장에 모인 2000명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예전처럼 워싱턴 내셔널몰 주변을 가득 매운 수십만명의 축하객 대신 2만5000명의 주방위군이 곳곳을 통제하는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은 36년간 상원의원, 8년간 부통령을 지내며 대통령 취임식에만 10번 넘게 ‘손님’으로 참석한 인연이 있다. 그랬던 그가 대권 도전 3수 끝에 이번만큼은 취임식의 ‘주인공’이 됐다.

약 20분에 걸친 취임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한편, 둘로 갈라진 미국의 치유와 단합을 강조했다. 앞서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취임식 주제인 ‘하나가 된 미국’(America United)에 대해 “미국의 정신을 회복시키고, 나라를 하나로 모으며,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을 만드는 새로운 국가 여정의 시작을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백악관까지의 퍼레이드는 음악·시·춤을 통해 전염병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영웅들을 치하하는 가상 퍼레이드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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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취임식 전날인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워싱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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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도회 대신 방송된 TV쇼에서는 영화배우 톰 행크스의 사회로 록 가수 존 본 조비와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스타들이 출연해 취임을 축하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치유하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는 “기억하는 것이 때로는 힘들지만 그것이 우리가 치유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미 전역에서는 코로나19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주요 건물에 불을 밝혔고, 워싱턴 리플렉팅풀엔 코로나19 희생자 40만명을 상징하는 조명기기 400개가 설치됐다. 워싱턴 성당에서는 미국인 희생자를 1000명씩 애도하는 종이 400차례 울려 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제2의 고향인 델라웨어주를 떠나며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을 추억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1972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딸을 잃었다.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내며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힌 아들 보가 2015년 암으로 숨지자 2016년 대선 출마를 접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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