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매체 "중미 관계 개선 가능성 있다"…기후변화 등 협력 기대
21일 중국 신문 1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기사와 사진이 실려 있다. [AFP=연합뉴스] |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미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차이나데일리), "바이든이 중국을 향한 트럼프의 독한 수사(修辭)를 버렸다"(글로벌타임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중국 언론들이 21일 뽑은 제목에서는 4년 전인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타난다.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에 경계와 기대를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이는 2017년에는 대중 강경 정책을 밝힌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던 것과 비교된다.
환구시보는 당시 트럼프의 취임 연설을 분석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화통신도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나 환율조작국 지정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며 보호주의는 보복을 불러올 뿐이라면서 '윈윈'하는 협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결국 무역전쟁을 벌였고 이는 '신냉전'으로 불린 전방위 대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대통령 퇴임 직전까지 '중국 때리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미중 관계를 사상 최악으로 몰고갔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미중 양국 관계의 개선을 원한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 대사는 이날 트위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새 정부와 협력하며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공중보건, 기후변화, 성장 등 글로벌 난제에도 공동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도 최근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미중 경제무역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달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일부 중국 정부 부처는 이미 바이든 팀과 접촉하며 대화를 제안했다면서 "중국은 양국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1%만 있어도 100%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베이징 식당에 있는 TV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양국이 얼어붙은 관계의 해빙을 위해 협력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무역 등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신화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정부 당시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중국의 기대를 반영한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를 중단하고, 파리 기후협약에도 재가입한다는 내용이 각각 인기 화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중국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미중 갈등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의 연설이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춘 반면 트럼프는 퇴임 직전까지 중국을 공격하면서 대중 적대 정책을 차기 정부에 넘겨주기를 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위험한 정책"을 거부하고 미중 관계를 개선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등 바이든 정부 핵심 멤버들이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중국을 꼽았다는 것도 지적했다.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진 부원장은 "우리는 바이든 정부가 대중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도 "바이든 팀이 트럼프 팀처럼 어리석지 않다면 전술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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