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분산·생산 단순화·수익 주력 '활로'로 제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제재로 큰 위기를 맞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가 미국의 궁극적 목적이 자사를 끝내 없애버리는 데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런 최고경영자(CEO)가 작년 6월 한 연설을 전날 회사 내부망에 뒤늦게 공개했다.
런 CEO는 미국이 끝내 바라는 것은 화웨이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우리는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두 번째 타격, 세 번째 타격이 이어지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죽음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그러나 생존을 향한 열망은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런 CEO는 "우리의 현재 능력과 기존 전략 사이에는 큰 불일치가 존재한다"며 "이것은 우리의 약한 고리로서 우리는 초등학생처럼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현명한 주부라도 쌀이 없으면 밥을 지을 수 없다'는 중국의 옛 속담을 인용하면서 "화웨이는 현재 '현명한 아내'도 아니고 쌀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런 CEO는 미국의 제재라는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 일선 현장에 의사 결정권을 이양하는 권한 분산 ▲ 생산 라인 단순화 ▲ 수익 중시 ▲ 3∼5년간 임직원 보수 유지 등을 제시했다.
SCMP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화웨이가 작년 6월 나온 런 회장의 연설을 공개한 점에 주목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는 2019년부터 시작돼 수차례에 걸쳐 강화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현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조달할 길이 막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태다.
미국의 견제로 화웨이의 해외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큰 제약을 받고 있으며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중저가 브랜드 아너를 매각하면서 삼성전자와의 1등 경쟁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새로 시작된 가운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완화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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