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심박수 측정도 가능한 부드럽고 편안한 전자섬유를 만들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현정·임정아 차세대반도체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원하는 전극을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해 제작하고 그 위에 반도체가 코팅된 전극 실을 굴려 원하는 전극 구조를 돌돌 말은 섬유형 전자소자를 만들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 전극 전사를 통한 인체 신호 모니터링용 광전소자 구현 전략에 관한 모식도.(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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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수 있는 소자(웨어러블 디바이스) 발전에 따라 가볍고 편안한 섬유와 스마트 전자소자를 융합한 전자섬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섬유 고유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전기적 특성이 있는 섬유형 전자소자가 전자섬유를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자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전극, 절연막 등의 층으로 구성된 광전자소자는 전극 크기와 구조에 따라 소자의 성능이 달라진다. 섬유형 전자소자를 제작하려면 쉽게 휘어지면서 얇은 실 위에 소자를 형성시켜야 한다. 다만 소자 크기를 마이크로미터 단위인 실의 두께보다 크게 만들 수 없어 소자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이현정 박사 연구팀은 2019년 탄소나노튜브 잉크를 물을 머금고 있는 고분자인 하이드로젤 기판에 프린트한 후 이동시켜 원하는 표면에 전극을 구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이드로젤 위에 인쇄한 탄소나노튜브 전극은 물에 떠 있는 것과 같아 그 위에 섬유를 굴리면 전극구조 손상 없이 쉽게 섬유 표면으로 옮겨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어 임정아 박사 연구팀과 함께 실제 반도체층과 탄소나노튜브 전극의 손상 없이 고성능 섬유형 소자를 제작했다.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전극이 감싸진 섬유형 트랜지스터는 1.75mm 반경까지 구부려도 80% 이상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 전극의 반투명한 특성을 활용하고, 빛을 흡수해 전류를 발생시키는 반도체층이 코팅된 전극 실을 탄소나노튜브 전극으로 감싸 빛을 감지하는 섬유형 광다이오드도 만들었다.

섬유형 광다이오드는 넓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감지하고, 평면형 소자에 뒤떨어지지 않는 감도를 보였다. 이를 LED 소자와 함께 천에 삽입해 장갑처럼 끼면 손끝에서 흐르는 혈액양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LED 빛의 반사 세기를 섬유형 광다이오드가 감지해 사용자의 맥박도 측정했다.

이현정 박사는 “섬유형 소자 개발에서 과제로 남은 전극 형성 기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섬유형 광전자소자의 성능 향상부터 복잡한 회로를 지닌 섬유형 전자소자의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