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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공매도 금지국' 낙인에 외국 자금 빠져나가면 소탐대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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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한국이 '공매도 금지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작년 3월 16일 시작된 공매도 금지가 1년 넘게 이어지면 외국인들은 자유로운 자본시장 투자를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하면서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는 5월 MSCI 신흥국지수 변경 때까지 공매도가 재개되지 않으면 투자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 이 지수의 한국 투자 비중은 13.4%(35조원)였는데 이 중 1%포인트만 줄어도 3조원 가까운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 실제로 터키는 지난해 공매도 체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투자 비중이 축소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을 요량으로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다. 주가가 폭락할 때는 흔히 공매도 세력이 투매를 부추기는 공공의 적으로 비난받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나친 투기적 거품을 줄이고 회계 부정 같은 문제를 적발해 경종을 울리는 순기능이 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는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크고 정상적인 정보 유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시장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신용거래나 공매도에 제한을 최소화해야 보다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움직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는 3개월 후 각각 10%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공매도 재개 전후의 일시적인 시장 불안을 걱정하며 무작정 금지 기간을 연장하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초래되면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특히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쩍 '동학개미'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듯한 여당 인사들이 이론적·실증적 근거도 없이 공매도 금지 연장론을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미적대지 말고 이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밝혀 불필요한 혼란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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