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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도 넘은 공매도 포퓰리즘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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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매도 포퓰리즘'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16일부터 공매도를 풀어야 했지만, 정부는 슬그머니 6개월 늦추더니 다시 3개월 연장안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행태를 미뤄보면 이는 곧 현실이 될 듯하다.

공매도는 쉽게 말하면 주식을 빌려 현금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빌린 사람은 주식 값이 떨어져야 현금 가치가 오른다.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팔아넘기니 주가 상승을 기대한 소액주주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주주만 200만명이라고 하니 소중한 표밭이다. 정치인이 유혹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 또한 일견 타당하게 들린다. 개미가 기관보다 주식을 빌릴 때 불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한번 거꾸로 생각해 보자. 현금을 빌려 주식을 살 때 신용에 따라 이자는 천차만별이다. 워런 버핏의 경우, 아마도 '동학개미'가 내는 이자의 10분의 1만 지불하고도 큰돈을 빌릴 것이다. 신용이 높아 떼먹을 가능성이 낮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개미는 유독 공매도만 불공평하다고 탓한다. 빌리는 것이 현금이냐 주식이냐의 차이일 뿐인데, 공매도를 할 때는 버핏과 옆집 김씨를 똑같이 대우하라고 한다.

대주거래 이자가 높고 빌리는 주식이 적은 것은 개인의 신용이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같은 금융의 기본 원칙은 선거를 앞두고 허물어진다. 제도상 허점이 있으면 3월까지 법을 고치면 되지만, 아무도 항변하지 못한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큰소리치니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자본시장의 진짜 문제는 정보 비대칭이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은 난데없이 공매도가 쌓이면 패닉에 빠지고 팔아버린다. 알고 보니 헛소문이었지만 이미 팔고 나니 방법이 없다.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지만 유독 이 나라는 처벌에 인색하다. 툭하면 정치인이 수사 대상에 오르니, 스스로 금융범죄 양형을 높이는 법안을 도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했으니 수사할 사람이 없기도 하다. 공매도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이 죄가 있을 뿐이다.

[증권부 = 김규식 기자 dorabon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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