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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비즈 칼럼] 글로벌 그린뉴딜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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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재섭 한국서부발전 기획관리본부장


글로벌 그린뉴딜 정책 추진으로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누적 설비 규모는 2004년 848GW에서 2019년 2730GW로 커졌고 연도별 투자액도 같은 기간 41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 발전사업 투자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국내 공기업·금융사·제조업체 등 이른바 ‘팀 코리아’의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 공동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도 지난해 핀란드 73㎿급 풍력발전 사업에 참여하면서 유럽 지역 거점을 확보했다. 올해는 스웨덴 241㎿급 풍력발전과 스페인 200㎿급 태양광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풍력발전 타워나 태양광 모듈 등은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서 수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고부가가치 기자재는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 제조업체의 진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의 경우 전체 투자비 가운데 핵심설비인 터빈 비중이 40~60%인데, 세계 풍력터빈 시장은 베스타스(덴마크)·지멘스(독일)·제너럴일렉트릭(GE·미국) 등 3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가 자체 노력만으로 기술격차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태양광·풍력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실증 지원은 물론 이해 관계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인증체계 개편과 주민 이익공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4차까지 발표됐던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중 목표를 달성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모니터링을 강화해 실적이 저조할 경우 빠르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는 국내에서 실증이 이뤄지더라도 공기업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려면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트랙 레코드를 충분히 쌓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예비 타당성 조사 기간을 4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고 공공성 평가 비중을 35%에서 4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사과 속 씨앗의 수는 셀 수 있어도 그 씨앗 속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린뉴딜 정책은 우리 제조업체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씨앗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핵심설비 제조사의 기술력 검증이 완료되면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한류 바람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한류가 확산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송재섭 한국서부발전 기획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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