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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전 세계 미신 안내서 ‘믿습니까? 믿습니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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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후’,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총정리

세계일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영국 추리소설 ‘셜록홈스’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아내 명성황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사주, 타로, 점성술, 별자리, 관상, 손금, 신점, 풍수지리, 수맥, 혈액형 성격론,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유형검사) 같은 미신(未信)에 심취했던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지도자들 뒤에는 대부분 점쟁이나 점성술사가 있었다. 그들의 뒤편에는 그림자처럼 ‘미신’이 붙어 다녔다. 알렉산더 대왕은 “세상을 제패하기엔 손금이 좀 짧다”는 점쟁이 말을 듣자마자 칼을 꺼내 손바닥을 그어 손금을 늘렸다. 과학적 유물론자이자 철저한 회의론자인 셜록 홈스 캐릭터를 창조한 도일도 영매를 통해 영혼을 불러온다는 강신술 신봉자였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후 기어코 해체시킨 레이건에겐 점성술사 조앤 퀴글 리가 있었고, 명성황후에겐 무당 진령군이 있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장에 점쟁이를 앉혀놓고 관상을 보게 해 참조했다.

‘오후’라는 필명을 쓰는 저자는 ‘믿습니까? 믿습니다!’(동아시아)에서 이처럼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를 샅샅이 훑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미신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믿든 말든 미신은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건 미신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아닌 지와는 무관하다. 틀리든 말든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 믿음이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

저자는 인류의 탄생 순간부터 종교와 흡사한 미신이 있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불안정한 기후, 변덕스러운 더위와 추위, 호시탐탐 인간을 노리는 맹수 등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떠돌며 수렵·채집으로 먹고사는 인간에게는 밤을 무사히 지새우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일이 그야말로 ‘운’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대 인류 미신을 믿었던 근거로 5000년 전 그려진 프랑스 쇼베의 동굴벽화를 예로 들었다. 미신이라는 집단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불빛 한 점 없는 깊숙하고 위험한 곳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점쟁이와 얽힌 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프랑스 왕 루이11세는 자신의 애인이 죽을 것을 예측한 점쟁이를 죽일 요량으로 “그대는 얼마나 더 살 것 같은가”하고 묻는다. 낌새를 챈 점쟁이는 “별자리를 보아하니, 저는 폐하보다 사흘 먼저 죽을 것”이라고 답변해 황제의 배려로 오래오래 호화호식 하며 살았다고 한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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