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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코로나 등교 딜레마[횡설수설/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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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지난해 초중고교 새 학기 등교는 코로나19로 수차례 연기된 끝에 5월 20일 고3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6월 8일 가장 마지막에 등교한 중1 신입생들은 하복 차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3월에 개학하고 등교일수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극적 등교로 분위기가 바뀐 데는 최근 발표된 논문의 영향이 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한림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학교 봉쇄의 효과는 제한적인 데 비해 그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는 크다”고 했다. 지난해 5월 1일∼7월 12일 3∼18세 확진자 127명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교내 감염은 3명(2.4%)에 불과했고 대부분 아이들이 가족이나 친척(59명)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팀은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에서도 교내 전파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심스럽게 등교에 힘을 실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식당은 닫아도 학교는 열어둔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봉쇄는 감염 차단에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방역 수칙만 준수하면 학생 간 감염도, 학생들의 지역사회 전파도 적다는 것이다. 유럽과 반대로 학교는 닫아도 식당 문은 열어두던 미국도 최근 ‘학교를 봉쇄한 지역과 열어둔 지역의 환자 수가 별 차이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등교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학교는 가장 나중에 닫고, 안전해지면 가장 먼저 열어야 하는 곳”이라고 권고했다.

▷학교 봉쇄로 돌봄 공백과 교육 격차의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어린이집과 학교는 물론 전국 4000개 지역아동센터와 170개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집 안에 갇힌 아이들이 소리 없이 학대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인 피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학교 봉쇄로 인한 교육 부실로 80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5%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 개인으로서는 교육 손실이 졸업 후 경제적 기회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은 하루 400명 안팎의 환자가 나오고 있는 데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로 4차 대유행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등교 확대는 섣부른 조치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래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방역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어린이나 청소년은 감염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사망자도 없다. 지금은 코로나 초기와 달리 방역 노하우가 많이 쌓인 상태다. 안심하고 학교 갈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달부터 들어오는 백신을 초중고교 교사들이 앞 순번에 맞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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