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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연합시론]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퇴 충격…무관용 대응하고 환골탈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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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당무 면담을 위한 식사 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당의 공식 발표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발표에서 지난 18일 장 의원이 자신에게 사건을 알렸고 이후 여러 차례 피해자, 가해자 면담 조사를 했으며 김 대표가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은 이날 대표단 회의를 열어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는 것이다. 진보 역량이 취약한 제도 정치권에서 그나마 진보정치의 명맥을 이어온 공당에서, 그것도 당 대표가 신진 동료 현역 의원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당은 가해자의 반성과 책임, 그리고 피해자의 치유와 직무 복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사후 대응과 처리에 철저해야 한다. 나아가 심기일전하여 그러잖아도 침체한 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전환기 진보정치의 새 길을 닦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은 배복주 부대표의 말마따나 "당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 그 자체다. 소수, 약자를 대변하고 민주주의, 인권, 성평등을 앞세우는 정치세력의 역설적 치부가 드러난 꼴이어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범죄 사건에 이은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범진보의 도덕성에 타격을 추가했다는 시각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비서실장도 지낸 김 대표는 1999년 당시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표의 비서로 제도권에 들어와 진보의 정치세력화에 매진한 대표적 진보정치인이다.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 이후 당의 새 리더십으로 주목받아온 이유 중 하나다. 그랬던 김 대표가, 2019년 당직을 맡아 당의 중심부로 진입하며 21대 국회에 갓 입성한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저질러 대표직을 내놓는 초유의 사건 장본인이 된 것은 진보 정당으로서는 가공할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2일에는 성폭행 혐의로 전 녹색당 당직자가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용납하기 힘든 성 비위가 잇따르는 데에 개인 일탈을 넘어선 조직과 문화 차원의 구조적 요인은 혹여 없는지 진보 진영은 되돌아볼 일이다.

김 전 대표는 징계가 발표된 뒤 낸 입장문을 통해 사죄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성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은 본보기 삼아 성범죄 예방교육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진보정당답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고심 끝에 사건 발생 사흘 후 당에 사건을 알린 장 의원 역시 성명에서 "함께 젠더폭력 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제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았다"라는 말도 그는 덧붙였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여느 유사 사건과 다른 건 가해자의 명명백백한 행위 인정과 피해자의 자발적 신분 노출 및 성범죄 담론 제기, 형사고소 절제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족을 괴롭히는 2차 피해가 더 우려되는 건 그래서다. 당은 배 부대표의 약속대로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 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면 처리해야 할 리더십이 스스로 문제가 된 형국이니 당의 이후 행보가 불안하다. 그럼에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정의당이 이름값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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