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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자율 낮아도 높은 인기 ‘녹색채권’ 참 수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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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최근 필자 관심을 가장 끈 한국의 변화는 녹색채권 발행이다. 1월 초 SK렌터카는 최대 900억 원대 녹색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환경부 역시 2020년 12월 녹색채권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안내서를 발간했다. ‘녹색채권’이라는 이름에서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녹색채권은 환경과 관련된 채권이다. 그럼 정확히 녹색채권은 무엇일까.

녹색채권은 채권의 한 가지 종류다.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투자자에게 기업은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준다. 또한 원금을 돌려주듯 채권 액면가를 만기에 돌려준다.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은 기업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녹색채권을 발행했을 때는 ‘그린’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써야 한다. 그린 프로젝트란 환경 보호와 관련 있는 자산에 투자한다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다. 좋은 예는 재생에너지, 청정 교통수단, 지속 가능한 수자원 개발 등이다.

녹색채권은 발행하는 회사가 그냥 녹색채권이라고 이름만 붙이고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는 ‘Climate Bond Standard Board’라는 기관의 인증을 받는다.

어차피 보통 채권을 발행해 모은 자금으로 그린 프로젝트를 해도 상관없는데, 굳이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 발행 비용이 든다. 녹색채권은 보통 채권보다 더 충족하고 증명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자연스럽게 발행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발행 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훨씬 많은 혜택을 노려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국가에 따라서는 녹색채권 투자자에게 세금 혜택이 있는 곳도 있다. 같은 조건의 채권보다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고, 이는 채권 발행과 판매가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보다 훨씬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다.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친환경적 자산과 비즈니스를 키워나갈 수 있고, ESG 투자가 널리 알려지고 보편화하며 새로운 투자자를 기업 투자자로 유치할 수도 있다.

녹색채권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가장 선구적인 기관은 UN이다. 2007년 UN은 기후변화 리포트를 냈고 이에 스웨덴 연금펀드들은 앞으로 스웨덴 연금이 어떻게 기후변화에 공헌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스웨덴 SEB은행이 이런 의도로 녹색채권 발행을 시작하며 확산됐다. 녹색채권 데이터가 스웨덴에서 가장 풍부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난 자금이 녹색채권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녹색채권 의도가 좋기는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관심사다. 같은 회사 보통 채권과 조건을 같게 놓고 녹색채권 가격을 비교해보면 일반적으로 녹색채권이 약간 높다. 아직 녹색채권 가격 프리미엄이나 디스카운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환경과 관련된 모든 움직임이 그렇듯, 녹색채권은 금융과 투자 분야에서 앞으로 화두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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