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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부의 '디지털 뉴딜' 데이터에만 집중 AI 투자 저조...AI 가공 데이터 바우처 사업서 손실도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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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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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업계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이 데이터 가공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한 반면, 정부가 'AI 일등국가로 도약'을 선언하고, AI 산업을 키우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음에도 AI에 대한 투자는 저조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449억원을 투입한 '데이터 댐' 사업에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에는 과제당 20억원이 투입된 반면, AI 바우처 사업은 최대 3억원까지만, AI 가공을 포함한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과제당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돼 투입 금액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통해 AI 가공 바우처를 지원받는 수요기업들이 대부분 인공지능 비기술 기업으로 데이터 가공을 넘어 AI를 개발해달라고 요구하다 보니 7000만원을 받고 사업을 수행한 공급기업 중 손해를 봤다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데이터댐'으로 가장 큰 금액인 2925억원을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에 투자하고, 데이터 바우처 489억원, AI 바우처 560억원을 투입해 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이 각 바우처 사업들보다 6배 수준까지 금액이 크다.

한 AI 기업 대표는 "데이터 구축 사업은 한 과제에 20억원씩 지원하는데, AI 바우처 사업은 최대 3억원으로 7배 정도 차이가 나며,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1800만원부터 시작해 AI 가공을 포함해도 최고 7000만원에 불과하다"며 "데이터 시장이 커지면 인공지능에도 같이 돈을 써야 하는데, 지원 규모가 매우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시장은 밑도 끝도 없이 큰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인공지능 관련 비용 지출을 갑갑한 수준"이라며 "AI 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데이터 바우처 사업에서 AI 가공 수요기업들 사이에서 사업이 왜곡되면서 과제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당초 AI 데이터 바우처는 AI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에 바우처 형태로 AI 학습용 가공 데이터를 제공하면 되는데, 실제 AI 개발까지도 요구해 온다는 것.

AI 업계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 바우처 신청 기업의 상당수가 AI 기술을 가지지 않다 보니 인공지능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아 비용이 더 투입된 문제가 있었다"며 "비기술 기업이다보니 AI 가공 데이터만 제공해줘 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비용을 더 투입해 기초적인 것을 만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AI 기업의 대표도 "AI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AI 학습용 데이터만 만들어줘야 하는데, AI 알고리즘, 서비스를 개발해달라거나, 앱·웹 형태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우리는 수요기업을 모집할 때부터 데이터만 줄 수 있다고 딱 잘라 거절했지만, 몇몇 기업들이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 바우처 사업 대신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제공하는 AI 바우처를 신청해보라고 권해봤지만, 데이터 바우처 사업이 3: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AI 바우처 사업이 22:1의 경쟁률을 기록하다 보니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I 솔루션 기업 중 데이터 가공 툴이나 관련 인력을 보유했을 경우, 1000~2000만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관련 솔루션이나 인력이 없을 경우, 크라우드웍스와 같은 데이터 가공기업에 다시 작업을 의뢰해야 해 사실상 수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가 된다는 것.

그러다 보니 AI 기업들은 올해 AI 데이터 바우처 사업보다 AI 바우처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비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은 과제당 20억원의 넉넉한 예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나서고 있지만, 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 지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AI 기업 대표는 "AI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작동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가장 잘 안다"며 "데이터 가공 기업들에 일을 의뢰해보니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딱 맞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품질이 안 좋은 데이터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비즈니스 목적에 딱 맞는 소량의 데이터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지털 뉴딜은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중 데이터에만 편중돼 있고, 정부는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처럼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는데, 데이터만 모아 학습시킨다고 AI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닌데 정부 자문단에 AI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직접 AI를 도입해 프로세스를 이해해야만 탁상공론적 행정에 기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바우처 사업과는 달리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은 수주해도 회사 매출로는 잡히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기업들이 매출에 포함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이보다는 AI 바우처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는 "바우처 사업은 매출로 잡히지만, 데이터 사업은 수주를 많이 해도 매출로 잡히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전체 비용을 줄여줘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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