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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전문가 기고]자원 정책 전략적으로 들여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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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중남미는 구리 매장량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칠레, 페루, 볼리비아가 대표 국가다. 유명한 코로코로 구리광산이 볼리비아에 있다. 광산은 19세기 말 개발이 시작됐다. 개발 초기엔 지하 갱도에서 순도 높은 구리만을 채굴했다. 그러다가 2008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LS닛코동제련이 공동으로 진출한 후 최신 기술을 적용, 순도가 낮은 부위도 개발이 가능해졌다.

코로코로 광산은 경제성 등 문제로 약 50년 전부터 생산이 중단됐지만 신기술과 구리 가격 상승으로 다시 각광 받게 됐다. 추정 매장량은 약 1억2000만톤, 실제 확인된 매장량은 원광 기준 1570만톤 규모다. 이를 정제하면 약 80만톤의 순수 구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7년 당시 우리나라 연간 구리 소비량(142만톤)의 45%에 해당한다. 당시 국제 구리 가격은 7981달러로 2004년 2868달러 대비 약 4배 상승했다. 연간 64억달러(약 7조6141억원)어치 구리를 생산한 것이다.

코로코로 구리광산은 자원시장의 신흥 강자 중국이 먼저 협상의 깃대를 꽂았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협상에 뛰어들어 사업권을 얻었다.

이런 성과에도 여전히 지난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곱지 않은 시선이 따른다. 자원 개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자원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지 못하고 사후 자산관리에 미흡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그로 인해 확보한 자원을 적절히 관리해서 산업에 활용하는 체계를 확보하지 못했다.

광물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해외 구리광산 가운데 페루 마르코나 광산, 몽골 에르데넷 광산, 캐나다 셰익스피어 광산, 미국 로즈몬트 광산은 2016~2018년 3년에 걸쳐 사업을 종료했거나 지분을 매각했다.

멕시코 볼레오 광산을 비롯해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광산, 칠레 산토도밍고 광산, 캐나다 캡스톤 광산 등 지분은 아직 보유하고 있다. 광물공사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코브레파나마는 여전히 알짜다.

정부는 광물공사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 해외자산 매각을 실행하고 있다. 세계 자원시장은 이런 매물을 선점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 초부터 주요 광물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특히 구리 가격이 심상치 않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지난해 연평균 톤당 6181달였다. 그러나 지난달 4주 평균 가격은 778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기준으론 8110달러까지 뛰었다. 2013년 3월 13일(7777.5달러) 이후 7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날개를 단 것은 구리만이 아니다. 니켈은 최저점이던 지난해 3월 23일 톤당 1만1055달러에서 지난해 12월 14일 기준 1만7192달러로 57% 상승했다. 연초 대비 45% 올랐다. 철광석도 2019년 연평균 167.27달러에서 지난해 48.21% 상승했다.

광물 수요는 경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건설 자재 등으로 쓰이는 구리는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이 늘어나면서 사용량도 늘어난다. 특히 전기차, 풍력발전 터빈 제작에 상당량의 구리 등 광물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기업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금속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구리 가격은 구조상 상승 사이클이 1~2년 지속된다.

세계 최고의 첨단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을 생산·수출하는 나라에서 여기에 필요한 원료자원을 확보해 놓지 못하고 매번 수입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정부 경쟁력이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좀 더 세밀하고 지속 가능한 자원 확보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정책 실패를 기업과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 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kkgg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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