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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물건 못 팔았다고 인터뷰하는데 기분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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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씨유 1만5천개 점포 가운데

비닐봉지 판매량 ‘최소’ 제주이호오광점


한겨레

전국 씨유 중 비닐봉지 판매량이 가장 적은 제주이호오광점의 강현주 점주. 씨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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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못 팔았다고 인터뷰하는데도 기분은 참 좋네요.”

25일 편의점 씨유(CU) 제주이호오광점을 3년째 운영하는 강현주 점주(42)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주이호오광점은 전국 약 1만5천곳 씨유 점포 중 비닐봉지 판매량이 가장 적다. 하루 평균 봉지 판매 개수가 30장에 미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처음 문을 연 2017년만 하더라도 하루 200여장을 넘어서던 비닐봉지 판매량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최근 1년여 만에 일어난 변화다.

시작은 2019년 10월 진행된 ‘쓰지말게 캠페인’이었다. 비닐봉지가 쓰레기가 된 채로 바닷가에 버려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제주 일부 지역 씨유 가맹점주 30여명이 의기투합해 비닐봉지 판매를 중단하고, 쓰지 않는 에코백과 주민들에게 기증받은 에코백을 무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때부터 차츰 비닐봉지 판매량이 줄었던 제주이호오광점은 지난달부터 모든 봉투를 생분해성 친환경 봉투로 바꿨다. 친환경 봉투 판매가는 100원으로, 일반 비닐봉지가 20원인 것과 비교하면 5배 비싸다. 강씨 역시 친환경 봉투 도입 전에는 ‘봉투 한장에 100원이면 손님 떨어져 나가는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친환경 소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결단했다고 한다.

약 한 달이 지난 요즘, 강 점주는 본인 판단이 옳았다고 자신한다. “봉투 판매량은 더 줄었지만 매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더군요.” 점포를 방문한 고객 10명 중 7명은 손에 상품을 쥐고 간다. 강 점주는 “도입 초기에는 봉툿값이 100원이라는데 놀란 고객도 있었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수긍했다”며 “아무래도 최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대규모 점포에서만 판매가 금지된 일회용 비닐봉지는 2022년부터는 편의점을 포함한 종합소매점, 제과점 등으로 금지 대상이 확대 적용된다. 씨유는 지난달 전국 모든 점포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을 선언하고 친환경 봉투로 전면 교체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강 점주는 종이빨대 및 생분해성 용기를 사용한 간편식을 적극 도입하고, 점포에서 발생하는 즉석 원두커피 찌꺼기를 필요한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등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을 실천 중이다. “대단한 사명감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에요. 친환경은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 아닌가요.”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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